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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를 가슴에 안고.......


BY 왕눈이 2008-11-15

 

 희원아, 엄마야.

창문 밖으로 보이는 파란하늘에 눈이 시려오는구나.

 잠깐이라도 일어나 창문 밖 하늘로 눈길을 주렴. 그래서 그곳에 펼쳐져 있는 하늘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렴.

지난 1년 동안 힘겨운 재수 생활을 하느라 마음 고생이 많았지? 남들은 한 번만 치루는 수능을 두 번이나 치뤄야 하는 너를 보며 엄마도 무척이나 안타까웠단다.

  "엄마, 작년 보다 더 떨려, 어떻게 하지?"

빨개진 눈시울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너를 보며 엄마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단다.

 이제 수능이 끝나고 마음껏 쉬어보지도 못한 채 다시 논술 준비를 하느라  한층 예민해진 너에게  '우보천리'라는 말로엄마의 마음을 대신하고 싶구나. ‘우보천리’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걷는다는 말로 곁눈질 하지 않고 오로지 한길로만 걷는다는 뜻이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느림이 곧 빠름이고 여유가 태만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시간의 노예가 아니고 주인공이 될 때 가능한 것이란다.

 희원아, 엄마는 물론 너도 우보천리를 통해 시간의 주인공으로, 여유 있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꾸나. 그러면 모든 것은 깊은 뜻을 품고 있을 거야. 햇빛을 따라 꽃봉오리를 여는 꽃들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 귀중하고 세상에서 가장 수수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 흙으로 변하여 다시 거름이 되어 나무를 더 키워주는 자연의 섭리를 곰곰이 되새기는 법을.......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 내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아름다움 보다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단다.

 마흔여덟 해를 살아오면서, 자식의 나이를 지나 이제 부모가 되고 나서보니 이제야 조금은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구나. 그리고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 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구나. 너에게 무심히 했던 행동들도.......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 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기기로 하자.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고 앞으로의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너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렴. 그러면 언젠가는 네 뜻을 이룰 수 있을 거야.

 희원아. 우리 조금은 천천히 걷기로 하자.  네가 엄마를 믿는 것처럼 엄마도 너를 믿는단다. 네 뒤에는 항상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앞으로 나가렴.

 우보천리를 가슴에 새기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