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전처럼 수능 추위가 오지 않길 바람했었습니다.
유난히 몸이 약한 큰 아이가 수능시험을 보는 날이었으니까요.
더불어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조금이나마 덜 긴장하며
중대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날씨라도 맑고, 따뜻했으면 했습니다.
겨울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사는 우리 딸.
할머니께 어리광부리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어린 꼬맹이같기만 한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일생일대의 시험을 치르게 되었네요.
강심장이라 불리던 저도 대입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자,
너무 긴장을 해서 답안지도 여러 번 교체하고,
점심시간엔 배가 아파 식사도 못 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 딸, 그리고 같이 시험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들..
부디 긴장하지 말고, 컨디션 유지해주길..
속이 답답하고, 온 몸이 떨릴 땐, 보온병에 넣어준 따스한 보리차로
몸도 녹이고, 긴장도 풀길... 그리고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길..
시험결과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니까 너무 무리하지도 말길..
지금까지 잠도 못 자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꼭 좋은 결과가 있길..
1분도 쉬지 않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추운 날씨, 낯선 장소, 엄격한 감독 하에 치르는 것이라 더 떨리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최선을 다하면 기분 좋게 시험장을 나올 수 있을 거라 격려했습니다.
혹 너무 긴장해서 답을 밀려 표기하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OMR카드를 교체해서 다시 표기해나가길..
길지 않은 시험시간 탓에 마음이 정말 조급하겠지만,
마음만 차분히 갖는다면 실수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거라며 어깨를 두드려줬습니다.
잘 할 거라고, 부담 갖지 않고 임하라고 아이에게 웃음을 보여줬지만,
정작 딸아이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뒤,
긴장으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네요.
아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저 딸아이와 조금이라도 같은 마음을 가져보고자, 펜을 들었던 것인데..
글자를 써내려갈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나중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침표를 찍게 되더군요.
"다은이에게... 엄마가 보내는 편지"
오래 전부터 엄마는 이런 꿈을 꿔왔어. 눈처럼 뽀얀 얼굴로 내 품에 안기는 너의 꿈을. 널 임신하고, 너와 만날 그날을 하루하루 기쁨과 설렘으로 수놓으며 기다렸지. 그리고 드디어 네가 품에 안기던 날, 환희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마음이 벅차올랐단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안게 된 기분이었어.
그리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네게만은 모든 걸 다 해줘도 아깝지 않았단다. 힘들게 일하는 순간에도 네 미소만 생각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어. 그리고 넌 엄마에게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큰 행복을 안겨주었지.
몸이 약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힘겹게 앓았던 너‥. 건강은 매번 네게 큰 짐을 안겨 주었고, 그 짐을 대신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등교하는 네 뒷모습을 보며 무거운 한순만 수없이 내쉬었단다.
엄마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우리 딸을 아프게 만든 건 아닐까... 넌 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너무나 싫어하지만, 엄마는 자꾸만 엄마 잘못인 것만 같아서 너에게 미안해진단다.
그때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주어 감사하다 말하던 너였지. 그 어떤 보물이 너보다 더 값지고 소중하겠니...
이렇게 예쁘고 착한 우리 딸‥. 여전히 엄마에겐 어린 아기같기만 한 너인데.. 벌써 이렇게 자라서 중요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니.
옛날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을 옮겨보자면, 엄만 널 거저 키운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 그 어린 마음이 몸의 작은 아픔으로 인해 얼마나 많이 아리고 또 아렸을까 생각하면 엄마는 마음이 부서질 듯 아픈데...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늘 밝게 웃으며 최선을 다해 네 할 일을 해냈던 우리 딸...
모든 걸 스스로 힘차게 이겨낸 우리 딸이 엄만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몰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줘서 너무나 고맙단다.
이제 시작될 새로운 인생의 길에 찬란하고 따스한 햇살만이 가득하길 엄마가 기도할게. 앞으로 푸르게 꾸려 갈 미래엔 행복과 기쁨 만이 항상 깃들 것이라 믿는단다. 세상의 모든 희망을 담아 아름다운 시작을 해나갈 우리딸, 정말 사랑해!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수능대박의 기쁨이 깃들길 바라며..
더불어 우리 다은이도 노력한만큼 좋은 성적 이뤄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