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03

저 고뇌하거든요, 그래서 예술하거든요


BY 서브아트 2008-12-09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젊은 모색 2008—나는 작가다》전은 우리 시대 20~30대 유망주 17명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위영일씨의〈고뇌하는 짬뽕맨>.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들이 전부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10년 뒤 한국현대미술을 이끌 차세대 대어(大魚)는 분명 이들 중에 섞여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3월 8일까지 《젊은 모색 2008》 전(展)이 열리고 있다. 강석호(37)·권경환(31)·김시원(30)·최원준(29)·이은실(25)씨 등 20~30대 유망주 17명의 작품 250여 점이 걸렸다.

이 전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198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젊은 모색》전이란 격년제 기획전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정현(1985)·이불(1989)·최정화(1989)·서도호(1990)·구본창(1992)·이형구(2004)·권오상(2004)씨 등이 이 전시를 거치며 새로운 도약을 경험했다. 올해 《젊은 모색》전은 '나는 작가다(I am an artist)'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이추영 학예연구사 등 미술관 소속 큐레이터 18명이 2년간 수백 건의 전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심층 토론을 거쳐 참가작가들을 확정했다. 이들은 꼭짓점이 17개인 입체 조형물처럼 각자의 주장과 개성을 한껏 드러낸다.

강석호씨는 정치인, 재벌 등 권력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보도사진을 골라, 얼굴은 생략하고 목 아래부터 배 위까지만 흑백으로 그린다. 마이크를 움켜쥐거나 넥타이 매듭을 만지작거리는 창백한 손가락을 보면서 관람객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작가는 그림 속 인물의 입술에 흘렀을 겉말과 가슴에 담긴 속마음 사이의 격차를 되도록 크게 하려고 시도한다.

이은실씨는 전통적인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한옥 바위 골짜기 연못 폭포 등이 어우러진 동양적인 전원에서 암수 짐승들이 서로 어울리거나 혹은 외따로 몽롱한 열기를 뿜고 있는 장면을 즐겨 그린다. "고통과 열락, 피학과 가학이 뭉근하게 뒤섞인 습한 안개가 관람객을 향해 피어 오르는 듯하다"는 평이다.

최원준씨는 사창가 쇼윈도, 서울 시내 곳곳의 콜라텍,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나는 벙커·터널 같은 기묘한 군사시설물 등을 찍은 연작 사진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매매춘 공간의 핑크색 인테리어, 휘황한 조명이 켜진 콜라텍 플로어 등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과 비일상, 도덕과 부도덕, 육체의 욕망과 화폐 경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 최원준씨의〈신당동 콜라텍〉(왼쪽), 강석호씨의〈무제〉.
전시 기획을 주도한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최근 수년간 미술시장이 팽창하면서, 젊은 작가들이 시장의 입맛에 맞춰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엔 시장의 관점을 잠시 버리고 '미술이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온 이들을 골라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관람객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40대 작가들, 이에 반발하며 특정한 결론이 없는 '열린 구조'를 지향했던 30대 작가들과 달리, 지금 20대 작가들은 한 세대를 관통하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은 아직 수면 밑에 잠복해 있는 것일까?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아이와 학생 무료. (02)2188-6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