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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만의 만남(만학도 주부 이야기)


BY tigerkek 2009-02-09

 

33년 만의 만남


고2학년


   밤잠을 설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이 시작되고 애국가를 부르는데 눈물이 자꾸 난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애국가인가! 옛날 학창시절이 영화처럼 스쳐간다. ‘보고 싶은 친구들은 다들 잘 있겠지?’ 그 때는 철이 없어 몰랐지만 오늘 교장선생님의 ‘사람은 보석처럼 다듬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파고든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지식을 조금씩 조금씩 쌓아서 마음을 키워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빛나는 내 자신을 만들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우리를 늦게 낳으신 부모님들은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러다보니 언니는 초등학교만 다니고 가사일을 도왔고, 중간에 끼인 나는 언니가 결혼을 하자 대신 집안일을 도우며 중학교를 다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해서 오빠와 두 동생, 내 도시락을 싸서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다녀야 했다. 엄마는 동트기와 함께 밭에 나가면 해가 저물어 곡식과 잡초가 분간이 힘들게 되어야만 돌아오시니 저녁 또한 내 책임이었다. 그러다보니 공부에 취미가 없어지고 성적도 형편없었다. 고등학교에 가도 반복될 것 같아 슬그머니 학교를 포기했다.


   아버지는 현명하셨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까지 보내서 오빠와 두 동생은 대학을 마쳤다. 그리 많은 땅은 아니었지만 자식들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봤자, 나처럼 농삿꾼 밖에 더 되겠느냐?’시며 공부하는 자식한테는 들일도 시키지 않았다.


   지금은 두 분 다 계시지 않지만 아버지께서 그리도 마음 아파했던 두 딸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언니는 일성중학교에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언니하고 둘이 열심히 공부해서 꼭 대학에 가기로 약속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 합격하면 제일 먼저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