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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BY 만학도 2009-02-10

기 쁨







                                                                                               이숙희

옛말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즐겁고 기쁜 일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행복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 쉰두 살의 늦깎이 여고 수험생이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가방 메고 학교 가는 이 기쁨! 배움이라는 꿈이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고 달콤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생활 전선에서 일을 해야 했고, 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울기도 많이 했다.

시집 와서는 단칸방에서 살며 시어머니와의 갈등도 많았다. 그 속에서 어려움을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여 집도 장만하고 두 남매를 대학에도 보냈지만, 치매로 고생하는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10년째 들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오랜 세월이 흐르니, 내가 지치고 아파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했고, 몸은 계속 낫지를 않아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고향 친구가 “주부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으니, 공부를 한 번 해봐.”라고 권유했다. 차라리 공부하는 데 신경을 쓰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도 나을지 모르니 해보라고 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작해 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꿈만 같았다. 예쁜 영어선생님이 담임이 되어 반갑게 맞이해 주어 참으로 기뻤지만, 과목별로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A, B, C, D를 배우며 영어에 눈을 떠갔다.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배울 때 간판을 읽으면서 좋아했던 것처럼, 나도 영어로 쓰인 간판을 떠듬떠듬 읽으며 즐거워했다.

모든 공부가 재미있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주어 힘든 줄 몰랐다. 학교에서 돌아와 얼른 어머니를 씻기고 집안을 치운 다음 숙제를 할 때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건강도 되찾고 배우기도 하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루하루 공부하는 재미가 새록새록 쌓여갔다.

이제부터는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실버 노인복지 학과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우리 어머니처럼 고생하는 치매 노인과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봉사하면서, 내 노후도 알차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상쾌한 초가을 아침, 화사하게 빛나는 기쁜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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