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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틀리면 매 한대!


BY 누굴까요. 2009-04-01

4월1일 만우절이면 아침 일찍 등교하기 전에 철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학교를 향했었지요.

선생님들의 사랑을 종종 교무실에서 확인했던 화려한 전적을 소유했던

제게 아침부터 친구 지지배 하나가 대뜸 한마디 하더만요.

 

"**야! 너 뭐 잘못한 거 있지? 학생과 선생님이 화가 나서 너 빨랑 불러오라고 그러드라."

 

그런 유치한 말로 속을 제가 아니었지요. 분명 만우절을 각오했던 이른 아침 나절

시간이 있었는대요. 키득대며 그랬습니다.

 

"야!!! 웃기지마~! 내가 속을 성 싶으냐?"

 

당당했지요. 그리고 니들 고작 머리 쓴 것이 그것밖에 없냐? 얏잡아 보며 말에

힘을 실었던 거였어요. 그런데 지지배들 저들끼리 바라보며 심각한 눈빛을

주고 받더니 기고만장한 저를 스쳐지나가며 한마디 하는 겁니다.

 

"에휴... 몰라. 우린 분명히 네게 말은 전한 거구...설마 우릴 혼내시겠니?"

-_-;

 

저요... 갔습니다. 잘못은 자주 했지만 선생님 말씀에 이유없이 반항하진 않았거든요.

혼날 것은 조목조목 지대로 댓가를 치뤘던 저였거등요.

교무실로 갔습니다. 입술이 두텁고 이마가 머리 꼭대기까지 이어진 듯 홀라당 훤한

대머리를 하고 계신, 만우절이 아니여도 뻥을 잘쳤기에 별명까지 '뽕'이라고 붙여서

성과 함께 <장뽕>이라 불리던 학생과장 앞으로 다가가기 전에 문 앞에서

확고한 반성의 기운을 얼굴에 띄우고 말입니다.

 

"선생님... 제가 오늘은 뭐를 잘못했을까요?"

 

아무리 다짐을 했었드랬지만 두명의 가시나가 진지한 눈빛까지 주고받으며 지대로

연기했던 것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었을까요? 저를 부른 적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속은 것이 분해서 돌아서는 제 뒤통수에 대고 선생님께서 한 말씀 하셨지요.

 

"인마, 평소에 잘했어봐라. 만우절이라고 거짓말 시킬 것이 없어서 교무실행시켜?"

 

지대로 쪽팔리고 교실로 들어가서 씩씩 거리는 제게 가시나들 만우절 날은 용서를

해줘야 한다나 만다나... 어쩌겠어요.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용서하는 날로 정해졌던

날인 것 같은데... 그렇게 넘어간 채로 수업 준비와 함께 매 시간마다 선생님들

골탕 먹이기 작전에 돌입했었습니다.

 

책상과 걸상을 뒤로 놓고 앉는 것은 기본이었구요, 분필 묻힌 칠판 지우개를 문 사이

위에 올려놓기도 했구요. 시장에서 닭발을 구해다가 실을 묶어서 선생님 문 염과

동시에 잡고 있던 끈을 놓아서 기암도 시켰었구요... 대놓고 낄낄 거릴 이유들을

찾아서 놀았었는데... 마지막교시였던 것 같아요.

평소 인품있으신 한문 선생님께서 인상을 박박 구기고 들어와서는 우리들이

골탕 꺼리를 만들었어도 별로 놀라지 않고 말이지요... 없으시던 카리스마를

이빠이 얼굴에 남발하시면서 말이지요.

 

"책 덮어. 그리고 연습장 꺼내라. 지금부터 아주 기본적인 한자 시험을 볼 텐데

하나 틀린데 한대씩 맞는다. 자자 준비!"

 

우리들이 "아이, 선생님~ 거짓말이시죠?" 하는 말에도 눈꼬리에 힘을 실었고

"에이잉~!" 애교를 부려도 먹혀들 기미 없이 인상을 박박 구기고 계실 때

우리들은 뒤늦게 상황 파악하고서 웅성대면서 시험 준비들을 해야했지요.

 

하긴, 착한 사람들이 화나면 더 무섭다구... 오늘 진탕 맞게 생겼구나...

 

심오한 걱정을 하면서 연습장을 꺼내서 죽상을 하고서 시험 준비를 하는데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푸하하하~!!! 자식들아, 니들만 속일 줄 아냐? 놀랐지?"

 

역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분이 계시단 것을... 4월 1일 만우절 날, 확실하게

알았다는 사실~!

 

오늘 저는 아무도 속이지 않았으면 속인 사람도 없었었구,

아침 밥상에서 아이들이 혹여 속을까봐 미리 귀뜀도 해줬으며

선생님께 엄마가 지난 날 했던 추억담을 열거하면서~ 니들은 결코 엄마

닮으면 안된다. 옛날엔 선생님들이 그런 장난 받아주셨지만...요즘은

가당키나 하냐? 조언도 하면서 떠들었지 뭐에요.

 

아컴에서 지난 날 추억담을 한자락 꺼내놓을 공간을 만들어 주신 것을 이제사

알고 급하게 글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