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씨가 이렇게 차고 매서운데도 어머닌 텃밭을 일구어 벌써 한해 농사를 시작하셨습니다.
뇌경색으로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 불편을 느끼시면서도 예전과 동일하게 일하시는 어머닐 뵐때마다 송구하고 죄송한데 어머닌 머위잎을 따서 보내셨습니다.
살짝 데쳐 된장에 무쳐 먹으면 나른한 봄을 이길수 있다고 하시며 요리법까지 알려 주셨지요.
쪽파와 어린부추도 깨끗이 손질해 신문에 고이 싸서 보내셨습니다. 흙 묻은 채로 보내면 손질하느라 더 번거롭다고 하시며..
어머닌 그런 분이십니다.
당신 몸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만한 연세인데도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전화를 걸면 어여 끊으라고 재촉하시기에 어머닌 전화 거는 것을 싫어하시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전화를 드리면 앞집 총각이 취업한 이야기. 선 본 이야기. 뒷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이야기. 매화꽃이 핀 이야기등을 구슬처럼 엮어 내십니다.
어머니.
늘 받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일상을 나누는 것이 효도인데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일 주일에 한 번 찾아봅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하는 저를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집을 찾을 때마다 흙 묻은 손을 바지에 툴툴 문지르시곤 두 팔로 안아 주시며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