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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배우는 남자 ...


BY 유프라카치아 2009-04-22

 
 

오늘의 메뉴는 삼색전이었어요.

 

밀가루와 계란으로 옷을 입혀서

호박전과 생선전, 동그랑땡을 부치는 거였는데,

옷 따로, 알맹이 따로..잘 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저보다 더 못하는 여자 분들이 있어서 위안이 됐습니다.

그녀는 푸드코디네이터에요.

 

 

아직은 재료를 씻고, 다듬은 일이 전부지만,

나중엔 분명, 자신의 이름을 딴 요리학원을 차리고 말 거예요.

 

왜냐하면 그녀가 끓여주는 라면 맛은 일품 요리 뺨치거든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그녀가 끓여주는 라면이죠.

 

 

그녀를 알고 싶어서,

그녀가 사랑하는 요리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요.

 

다니기 전엔, 여자들만 있으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었는데,

남자들도 꽤 많고, 연령층도 다양하고..신선한 경험이에요.

 

요 며칠은 요리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설레기까지 합니다.

 

아마 초보라서, 처음이라서 그런 거겠죠.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일, 그것도 전, 초보에요.

 

그래서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준비를 잘 해서,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그녀에게 고백을 할 생각이에요.

 

오늘 삼색전을 만들면서 배웠어요.

 

전을 부칠 땐, 팬을 충분히 달군 후에 부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양이 부서질 수 있다는거....

 

"충분히 준비되지 않으면 부서질 수 있다"

 

삼색전이 제게 남긴 사랑에 관한 충고입니다.

 

 

며칠 전, 그녀의 생일에도 조심스럽게 준비했어요.

 

다행이 그녀가 너무 좋아했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함을, 만들어주었거든요.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그녀를 그려 넣고,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그녀의 이름을 써 넣었어요.

 

백 번을 부르며, 백 장의 명함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꼭 기억하는 사람에게만 주라고 했어요.

 

특별한 명함이니까..

 

다 쓰면 또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정도면 그녀의 마음에 들어갈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거겠죠?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변하지 말라고,

 

그녀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더라고 처음 이 마음..잊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