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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국 초등교과서에 등장한 한국
BY 크레떼 2009-05-13
좀 진부한 얘기지만 외국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
뭐 혈서라도 쓸 대단한 애국심이라기 보다는 'Korea' 라는 단어에 민감해진다는 말이다.
그와 관련된 얘기꺼리야 차고 넘치지만 어제 일어난 일 하나를 꺼내볼까 한다.
어제 아들놈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챠트를 읽고 분석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숙제는 다음과 같았다.
2007년도 유엔 식량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가지고 가난한 나라에 식량 지원을 많이 한 나라들과 지원량 챠트를 분석하는 것이 숙제다.
그런데 숙제에 '한국(South Korea)'이란 단어가 나왔다. 눈길이 가는게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3위다!
그것도 미국 다음 2등이 EC(유럽)이다.
즉, 유럽 전체 나라의 식량 지원량을 합친 것이니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2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미국 교과서나 각종 자료에 실린 대한민국은
대개 6.25나 올림픽 아니면 월드컵 축구에 연관된 것이 많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완전히 얘기가 다르다.
미국에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이던 돈이던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 존경을 받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제껏 우리나라가 정부차원이던 개인차원이던 이런 기부로 이름을 날린 적이 없다.
이런 자료가 미국 초등학생들 교재에 많이 등장할수록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는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정말 기분 좋은 것은 도표에서 3등한 걸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 챠트를 가지고 5가지 질문을 하는데 2번째 질문이 이런 거다.
"캐나다보다 2배 정도 식량 기부를 많이 한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a) 중국
(b) 유럽 연합
(c) 대한민국
흐흐흐흐..... 정답은 대한민국이다.. 이런 걸 확인사살이라고 해야할까?
여기까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아들놈에게도 얼굴이 섰고 주변에도 으쓱할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자료는 UN의 World Food Programme (세계식량프로그램) 아닌가?
자~~ 여기까지만 생각하고말았다면 정말 오늘은 기분 좋은 날로 끝났을 거다.
그런데 고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정부차원이나 개인차원으로나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분위기를 아는데...
가난한 나라에 식량지원량에 있어서 세계 3등, 실제적으로 개별 국가로 치면 2등을 할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유엔 자료는 물론 미국 초등학생들 교과서에까지 저렇게 나왔다.
뭔가 이상했다.
세계식량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진상을 알아봤다.
진실은 이런거다.
지난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에 매년 식량지원을 해줬다.
거의10년 가까이...
그게 가격으로보면 10위권 밖이지만 물량만으로 보면 세계 3위를 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이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자선사업으로 세계 4위를 할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과 함께 북한의 기근이 하도 심하니 두 나라가 집중적으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는데
그게 세계식량프로그램 통계에 저렇게 잡힌거다.
2007년 세계 3위 식량 지원국의 진상은 그런거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까지 모두 중단해 버린 지금
올해의 경우 2009년 5월까지 식량 지원국가 통계에 우리나라는 아예 리스트에도 없다.
47위까지 순위가 있는데 아예 이름도 올라와 있지 않다는 얘기다. (자료 링크)
아들 놈에게 차마 세계 3위의 식량 지원국이란 허울 뒷면에 대해서는 얘기해 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든다.
사람이 배고플 때 도와준 사람에게 가장 크게 고마워하는 법이다.
먹는거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놈이 제일 더러운 놈이라고 배웠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론으로 집권을 했을 망정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계속해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북한 당국이나 김정일이 예뻐서 하자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