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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품은 신사임당의 5만원권, 아프리카에서의 가치는?


BY 율곡이엄마 2009-06-26

2009년 6월 23일, 1만원권 탄생 이래 36년만에 5만원 고액권이 발행되었습니다. 5만원권 탄생에 대하여 말들이 많습니다. 화폐속 인물이 왜 신사임당이냐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이제 사과박스 한 상자에 에 담길 검은 돈이 5억에서 20억으로 늘었다(화폐크기 때문에 25억까지는 안된다고...)는 비아냥도 있고 5만원권 한 장을 지불할 때 택시기본료, 자장면 한 그릇, 편의점 담배 한 값에 대한 거스름돈은 어찌하면 좋냐는 소매상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말이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 많은 논란 속에서도 우리가 이미 5만원권이 발행되어 유통되기 시작했다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5만원권은 분명히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이 맞지요. 5만원권의 발행이 해결해고자 했던 기존 우리 현실의 문제점은 갈수록 점점 사용횟수가 많아지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증가였습니다. 자기앞수표는 절대로 화폐가 될 수 없습니다. 수표는 수표일 뿐이기 때문이죠. 자기앞수표의 유통은 그 발행부터 지급, 그리고 전산처리 과정에서 많은 부대비용이 발생, 해마다 약 2800억의 세금이 그 처리비용으로 낭비돼고 있었습니다. 1만원권이 탄생한 1976년 당시에 비해 소비자 물가는 14배, 국민소득은 110배 증가한 객관적인 사실을 상기해 볼 때 5만원권의 발행은 시기적으로도 적절, 아니 오히려 늦은감마저 있습니다.

 

 

아무튼 2009년 뒤늦게나마 우리나라에서도 5만원이라는 고액 화폐단위가 생긴 셈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5만원권 한 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5만원으로 저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몸에 안 좋다는 거 웬만해선 다 끊어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이놈들만은 죽어도 못 끊겠습니다. 집 근처 신천에서 오랜 동네 친구들과의 삼겹살 6~7인분과 소주 한 잔(?) 하고나면 누가 계산하든간에 항상 5만원 정도가 나오곤 합니다. 여자친구를 만나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쓰곤하는 정석코스 ‘커피, 영화, 저녁식사 그리고 칵테일 한 잔’. 요새 영화비도 오르고(-_-)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어도 이것도 언제나 5만원 정도로 가능한 데이트코스이지요. 여름패션 한 철을 버틸 수도 있습니다. 홍대 앞 괜찮은 구제샵에서 그럴듯한 반팔티 서너 벌만 사 두면 청바지와 함께 여름을 해결할 수 있는데요. 구제샵의 특징이자 장점은 현금으로 계산하면 대개 10%정도 할인해 준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타향살이 라이프에게 언제나 보고싶은(막상 가면 또 아니지만) 나의 가족들. 항상 고향으로 내려갈 때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서 KTX를 자주 애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슬금슬금 4만 9천원으로 오르는 거 아닌가 저로서는 제일 떨리는 부분이네요.

 

 

아무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5만원권 화폐를 쥐어보게 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 이 물음은 내가 과연 내 힘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물음과도 같습니다. 2009년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꿀 수 있는 목표달성과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꿈이 있겠죠.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난 이 고액권을 죽을 때까지 쥐어보지 못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꽤 많습니다. 단지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서 그런 꿈 따위 생각도 못할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아이들. 해마다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잃고 있는 아이들은 약 50만명,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수 시간만에 목숨을 잃는 아이는 약 100만명 그리고 에이즈에 걸려 부모를 잃고 고아로 살아가는 에이즈고아는 약 1,500만명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5만원권 한 장이 아프리카로 건너가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5만원의 화폐가치로 아프리카 부모 4쌍이 한 달간 사용할 에이즈 치료제를 지원하여 에이즈 고아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말라리아의 가장 큰 발병원인인 말라리아모기로부터 엄마와 아이를 지켜줄 모기장 설치를 8번 할 수 있구요. 1년치 비타민A 공급으로 잃어버린 시력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아이들은 800명이라고 하네요.

 

 

2009년 6월 23일, 대한민국에서 인턴인생을 살고 있는 제가 한 달에 벌고 있는 5만원권은 대략 스물 너댓장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 매월 단 한 장 만 꺼내어 써도 수백수천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유니세프같은 아프리카 후원 단체에 그 한 장을 내밀겠다. 그 한 장, 어디선가 술값으로 잃어버린 셈 치고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5만원권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저 역시 새로 생긴 고액 화폐권의 배경인물이 신사임당인 것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품었었습니다. 왜 하필 또 조선시대 인물인가. 여성인건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는데 왜 유관순이나 허난설헌을 제치고 신사임당인가. 요 며칠 동안 스스로를 그 질문으로부터 납득시킬만한 해답을 찾은 게 있다면 그건 신사임당이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참된 어머니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항상 자식들의 성공과 안위를 염려하는, 특히 한국에서 유독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참된 어머니상이 유관순으로 대표되는 주체적인 여성상과 허난설헌으로 대표되는 예술상에 쳐지지 않는다는 점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고액권으로 탄생한 대한민국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전 세계 어린이들을 보살펴 주는 곳에 쓰인다면 그것이야말로 5만원권 고액권 화폐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를 재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거창하고 무리한 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다."

 

- 찰스 킹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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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에 대해 안좋은 생각 뿐이었는데 좀 달리 생각해 보게끔 하는 글이 있어 퍼왔어요.

 

원문출처 : 다음아고라 이야기게시판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23042 

 

그럼 좋은하루 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