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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장을 떠라(1)


BY 파란신 발 2009-07-14

   < 꽁 트 >--품바 버젼으로 읽어 보세요 

 

         아따,그랑께 고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면 말이시

         아마 십여일 전 쯤이었을 것이구먼

         그날은 비가 온 다음 날이었응께

         시골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비오는 날은 휴일,그 다음 날은 황금연휴여

         난 비 온 뒷날 갑자기 왜 그렇게 바다가 보고 싶은 겨

         걸어서 얼마 안되는 곳인디 내가 바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구 바다에 나가는 것은 이상헌 일이제

         나가 말이여 여그 시골 살믄서 한 삼년전에 말이시 바다에 일하러 한 번 가기는 했는디

         *'농게'잡으러 말이여

         엄니들 따라갔다가 죽는지 알았당께

         나는 우리 묵을 만큼(한 바가지)만 잡고 집으로 가고 싶은디 엄니들은 자식들 준다고

         저 멀리 뻘밭에까정 가서 돌아올 생각을 않는겨

         뻘 바닷길을 서너 시간 이나 헤메니 참말로 죽겄더구먼

         그래도 웃기도 햤어라우

         집안 행님 한분이 어디 어리벙벙한 낙지 한마리를 맨손으로  잡아서 우리꺼정 한다리씩 먹고

         얼굴에 진흙을 발랐으니 볼만혔지

         결정적으로 그 행님 신났는지 빨강 빤쮸만 입고 걸어나오시더랑께

         그렇게 정정하던 분이 지금은 뇌졸증으로 쓰러져 겨우 동네 나들이나 허시니

         사람사는 일 별것 아니제

         그날 나가 혼자 눈물나게 힘들어서 내게 누군가 농게 먹으라고 공짜로 갔다 주면

         일단 '절'부터 한다말이시

         그란디 그 이후로 아무도 안갔다 주는 겨(그 집 며느리 농게 잡을 줄 아는디 누가 갔다

         주냐고요)

         그 전에는 한대접 갔다주면 '고맙습니다'허구 얼릉 받아먹었당께 내가 철이 없었지

         이제사 고것 잡는 것이 얼매나 고생스런운지 앙께.....

         월매나 고생을 혔는지 다시는 바다에 안가부렀제

         그란디 그날은 이상허드라구 자꾸만 바다가 나를 부르더랑께

         며칠전 부터 몸이 시름시름 아프더니 바다가 보고 싶은겨

         "엄니,아버지 저 농게 잡아 올께요"하고

         내는 요만큼 만 잡아 올라꼬 중간치 양은 주전자 하나 들고 터덜터덜 집을 나서는디

         "바다 가는 것 좋아허들 마라 골병든다 잉"하고 아버님이 한소리 하신다.

          피식 웃음이 나더라

          내가 잡아오면 맛있다고 정신도 없이 먹을 사람들이여

          비 온 뒤에 철쭉꽃들이 막 샤워를 마친 처녀처럼 상큼하게 서있는 길을 따라 걷는디

          "워디 가는 겨?"

          "예,기 쪼까 잡으려구요"

          "그려!"

          '아,기분 좋다 역시 집을 나오긴 잘혔군'

          저수지를 지나가는 디 비도 안 오는디 비옷입고 낚시질 하는 아저씨 하나 있길래

          인사를 헐까말까  허다가 그냥 지나쳤어

         넘들이 보면 바쁜 농사철에 별 미친놈이 다 있군 하는 소리듣게 생겼더군

          막 타동네 회관앞을 들어서는디 오토바이가 내 앞에 서는겨

          "야,너 어디가냐"

          "아,언니 나 농게 잡으러 가요"

           "저그 바닷가에 농게 있드냐?"

           "없는가요 ,뭐 심심하더 차에 글도 좀 쓰고 쉬기도 하고 또랑치고 가재잡고 헤헤헤"

           "참 너두 자그만이 염병해라"하고 웃으며 뽀르르 자기 살던 동네로 놀러 가더라구

           그작년에 타 동네에서 우리동네로 이사 온 그녀는 아직도 우리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는 것 같아 내 맴이 쪼까 쓰리더라구

           그래도 갸도 웃으며 갔을기라( 저년두 염병한다고 웃으면서)

           나는 그 말에  그녀의 마음 한구석의 쓸쓸함이 전해 오는겨

          그녀가 사라지는 등뒤로 그녀의 껄쭉한 말속에 詩가 살아 있음을 알아부렀제

          나가 그려도 눈치 하나는 넘들보다 훨씬 낫제

 

          양갈래 길이 나오더라구

          그래서 안가본 길로 가기로 혔지. 꼬불꼬불 양파 밭을 지나 가는디 길이 맥혀서 가다보니

          넘의 집 마당이더라구

          길 잘못 들었구나 싶어 한참을 돌아서 걸었더니 바다가 보이는 겨

          "와! 바다다" 그때부터 내 발걸음에 힘이 생기데

          음머 음머 우는 소마구를 지나  보라색 잡석들이 깔아진  공사중인 길을 넘어

          바닷가에 다다렀지

          '아이고 힘들어라 차로 오면 3분도 안되는 거리를 걸어서 30분이나 걸렸네'

          이래저래 다 구경하고 온께 말이여

          나는 내 짐을 풀었어

          주전자,커피, 갈아 입으려고 싸가지고 온 옷,그리고 내 노트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는디

          "거그 누구여?" 하고 바닷가에 사는 이가 묻는다

          "예 아저씨 접니더"

          "뭐 하러 왔는감?"

          "농게 잡으려고요"

          "여그는 농게 없어"

          "그냥 바람 좀 쐬러 왔어요"

          "그려....."

          그집 흑염소가 메에에 하고 운다

          바다가 아주 가까이 있었어

          새파란 뺑끼 칠을 한 성진호가 15도 쯤 기울어진 채로 바다에 서 있는겨

          배는 물에 떠 있지 못하고 쉴 때는,

         느긋하게 항상 한쪽 발을 뻘밭에 지댄 채 저렇게 기울어져 사는가 보다허니

          그놈의 배가 몇도나 기울졌는지 각도기로 재보고 싶어지데

          요런 맴은 왜 자꾸 생기는지 나두 몰러

          나는 내 일을 시작했어

          일단은 주전자를 팽개치고 바다로 들어섰지

          푸르스름한 바닷바람을 쐬며 해변을 거니는데 내가 처음으로 만난 놈은

          커다란 숭어!

          어찌어찌 살다가 바닷가로 밀려와 물살에 밀려가지 못하고 백사장에 남은 놈인겨

          내장이 파이고 눈동자는 갈매기에게 주고 비늘만 왕성히 남아 한때는 그가 바다의 임자였다고

          말하네

          아직 남아있는 제법 굵은 부러진 뼈대와 단단한 비늘.

          그래도 건져갈 것이 남았는지 집게벌레들이 수두룩허데

          그 집게벌레들도 비늘은 먹지 않꺼덩.그가 바다에 살았음을 알려주는, 우리도 차마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바다에 피는 꽃잎일지도 몰러!

          바닷물 소리가 귓볼을 때리는 곳에 민들레가 바위틈에 피어있네

          괭이 갈매기가 먹이를 발견 했는지 요란하게 날아올랐고

          소나무가 엉덩이(뿌리)를 반쯤 들어내놓고 매달려 있는디,염치도 없이 홀라당 벗어져 있더랑께

          어떤 나무는 아얘 털버덕 하고 모래위에 흐벅지게 앉아 있는겨

          뿌리 하나 달랑 언덕배기에 붙이고 말이여

          바다의  모래는 짭짤허고. 바닷가 모래의 맛은 싱거워!

          지채나무가 바다 물맛도 제대로 못볼것인디 싱싱허다

          팥배나무도 흰꽃을 피워 올렸어

          다시 바닷길을 걷다가 바위에 걸터 앉았는디

          "어라,요것이 뭣이여"

          내 새끼 손톱보다 작은 *떡기 새끼가 흙을 열심히 퍼내어 집을 짓고 있더랑께

          고것이 참말로 볼만한 구경거리여

          아주 열심히 흙을 퍼내어 자기의 구멍을 만들고 있는겨

          또 한마리의 더 작은 떡기는 열심히 진흙 뻘을 먹고 있는디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이렇게 줏어 먹고 얼굴에 묻은 밥풀떼기(뻘흙)를 닦아내는겨

          또 하나,둘,셋,넷,다섯,여섯 --밥풀때기

          하나,둘,셋,넷 ,다섯,여섯 --얼굴 닦기

          엄청 희안하고 신기하데 흙을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린것들이 우유만 먹고 크듯이 고것들도

          흙만 먹고 사나

          그때 삐뚜루고동 한놈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데 긍께 고놈은 맛이 쌉쌀하다 혀서 팔려가지도

          못하고 항상 바닷가를 떠도는 놈이제

          항상 단단하게 껍질속에 싸여있어 얼굴을 본적이 없는데 그 놈도 희안하네

          내 사십평생에 처음 살아있는 고둥의 얼굴을 보았는디

          그 놈이 얼굴이 걸작이여

          아주 작은 거북이 같은 얼굴이여 진짜루 볼것 다 봤다는 심사로 그 작은 눈도 내게 보여주네

          "어허 그 놈 참 요상하게 생겼는디"

          아주 느리게 느리게 기어가는 거야

          거무튀튀한 떡기 새끼 한마리가 열심히 뻘을 먹고 있는 사이에

           붉으스름한 색깔을 지닌 떡기 새끼가  또 나타났어 그 놈도 열심히 뻘흙을 먹드랑께

          고놈들이  흙을 먹은 자리에 아주 작은 흔적들이 생기는 겨

          손톱보다 작은 떡기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여

          아까부터 집을 만들던 놈은 집이 다 지어졌는지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

          남은 것은 느림보 고둥과 열심히 흙을 먹고 있는 떡기 두 마리

          아참! 내두 있었제

          그런데 아뿔싸!

          그 두마리가 돌고 돌면서  밥을 먹고 밥풀을 때고 하다가  서로  어깨를 부딪힌거야

          서로 잠깐 째려보다가 한 놈이 먼저 앞발로 상대방을 툭 치더라구

          다른 놈도 주먹을 올리더니 급기야는

          어퍼 컷,라이트 훅,래프트 훅..... 얼씨구 잘 한다!

          넓고 넓은 바다에서 어찌 땅이 좁다고 난리들이여

          서로 주먹질이 오가더니 나중에는 씨름판이 되어 엎치락뒤치락 하더라구

          "이겨라,이겨라 아무 놈이나 이겨라 "하고 바다가 소리를 질렀어

          집으로 들어간 놈은 땅위에서 전쟁이 났는디 잠만 퍼질러 자는지 소식이 없고

          고둥녀석은 구경도 느릿하게 하더니 긴 얼굴을 깔고 누웠지

          그래도 바다의 소식통들이 이 이야기를 전하는지 각 뻘의 구멍에서 꾸룩꾸룩 소리가나데

          이렇게 기막힌 구경은 내 생전 처음이여

          몇번 뒤집어 지더니 승부가 안나는지 각자 제 할일을 하네  다시 밥먹기와 밥풀때기를 하데

          나는 2차전이 기다려졌지

          한 30분 이상 기다렸는디 다들 제 밥먹기만 바쁜지 이 할 일 없는 내게 쌈을 보여주지 않네

          내가 볼펜으로 그 녀석을 툭치며

          "야,2차 안하냐!" 했더니

          아쭈구리 요놈이 집게발을 팍 세우고 나를 째려보는 것이 아니겠어

          "나허구 맞짱을 떠볼껴?"

          "어쭈,요놈이"나는 다시 그녀석을 쳤지

          다시 온몸을 세워 도끼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는 거야

           *삐뚜루 고둥 녀석이 빙긋이 나를 보고 웃길래

           "임마 넌,가만히 있어"하고 한 대 때렸더니 자라모가지를 쑥 하고 집어 넣더랑께

           고놈과 나와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그녀석이 물러 날 생각을 않는겨

            "야,너 다리도 아픈디 이제 그만 허지.매일 기어만 다니던 놈이 그러고 꼿꼿이 서 있으면

              안 힘드냐 .눈에 힘도 풀어라 잉"

            나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떴어

            슬금슬금 꽁무니를 내리고 가는 나를 바라보았겠지

            나가 풀이죽어 내 짐보따리와  양은 주전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디 도둑이 들었네

            내가 작은 떡기와 쌈을 하는 동안 우리집(?)에 큰 떡기 녀석들이 들어와 내 살림을 다 훔쳐보

            고 달아나는겨

            나는 화가나서 소리쳤당께

            "야,느그들 거기 안 서  내가 가망 안둔다 잉!"

            아따,뭔 게 걸음이 그리도 빠른겨

           "맛있으면 뭐한당가 잡지고 못하면서  와~하하하"

            그놈들은 나를 놀리며 줄행랑을 쳤어 작은 떡기놈 한테 지고온 나가 우스운지 말이여

            그날 농게 잡았냐구?

            한 마리두 못잡고 주전자에 이야기만 가득 싣고 왔지!

            집에 돌아오니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농기 많이 잡었냐?"

            "농기 한 마리도 없습디더."

            에고,싸우고 오느라고 힘들어 죽겄는디 농기는 뭔 농기여!

            그래도 다시 바다가 나를 부르는 날은 바다로 갈껴!!!


               *농기;농게의 전라도 사투리

                         달랑게과에 딸린 게.등딱지는 앞이 넓고 뒤가 좁은 사다리꼴로 되고,집게발의

                         하나는 훨씬 크고 하나는 다른 발보다 작음.딱지의 길이 2.5cm.폭은 3~4cm,

                         큰 집게발은 10cm가량임 .딱지는 농갈색,다리는 붉음.얕은 바다 진흙속에 살며

                         썰물 때 나와 집게발을 치키어 드는 습관이 있음 우리나라 서해,일본 동지나 인도,

                         호주 등지의 내만에 분포함

 

               *고둥;연체 동물동물 복종류(腹足類)에 딸린 나사조개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소라,우렁이 다슬기,뿔고둥

 

                *삐뚜루 고둥;서남해안 바닷가에 사는 쓴 맛이 나는 고둥을 일컬음

 

               *떡기;서남해안 바다에 사는 '농기'보다 조금 등이 넙적한 게의 일종

                         맛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