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아내를 생각하며...
16년 전, 28살 한창 나이에
저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는 끔찍했고, 저는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제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저의 대 소변을 다 받아내고
그렇게 1년이 넘도록 힘든 병수발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휠체어 타는 몸으로 퇴원한 저는,
이듬해 결혼까지 했습니다.
모두들 하늘이 내린 천사 같은 여자라며
칭찬이 자자했지요.
다쳐서 아이를 낳을 수 없었기에
입양한 딸과 셋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 몸과 바꾼 억대의 돈을
모두 사기당하고 금전적인 문제로
싸우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다 결국,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대소변도 못 가리고
휠체어 타는 제게 시집와서
고생만한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직은 젊고 예쁘니 이제라도 좋은 사람 만나
행복을 누리며 살라는 것, 그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남이 된 아내에게
잘한 건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뜻과는 상관없이 두 번이나 엄마에게
버림받아야 하는 딸에게는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그런 딸을 떠올리니 눈물이 흐릅니다.
며칠 전, 올해 중학교 들어간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왜 그 많은 학생 중에
자기만 가족도 없고 아빠는 장애인이고
왜 자기만 그런 서러움을 받아야 하느냐며
울면서 투정을 합니다.
아주 어릴 적엔 그냥 넘겼던 일들이
사춘기와 맞물려 그렇게 서럽게 들렸나 봅니다.
우는 딸에게 '당당히 친구의 약점을 놀리는 것은 친구가
아니지...' 하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눈물부터 쏟아지는 걸 어떡합니까.
아직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모르는 딸은
엄마를 정말 보고 싶어 하지만
남이 된 후로도 간간이 연락하던 아내와
연락이 끊어진지 7년 째.
아내를 찾으려 애써보았지만,
이제는 이런 몸으론 더는 힘이 듭니다.
이 못난 아빠의 무지로 생기는
그 설움을 딸이 고스란히 받고 있어야 합니까?
다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아내에게 용서받을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 김경수 (새벽편지가족) -
얼마나 많이 힘이 드셨습니까?
얼마나 많은 날을 지새우셨습니까?
하지만 지난 시간에 얽매이지 마시고 이제,
딸을 위해, 자신을 위해
내일의 태양을 떠오르게 하십시오.
- 찬란한 시간은 나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