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돌아오니 딸아이가 스티커 한 장을 내밉니다.
“ 이게 뭐냐? ”
“ 크리스마스 실이래.”
아직도 크리스마스 실이 있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학창시절 때 간간히 사기도 했지만 크리스마스 실이란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거든요.
‘우리 땐 우표모양이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스티커처럼 이쁘게도 나오네.’
하며 잠시 추억에 빠져 있는데···
“ 아빠, 이거 사면 불우이웃을 돕는 거래. 그래서 난 천당 간대.”
“ 누가 그러디? ”
“ 선생님이.”
“ 하여간 잘했다. 근데 얼마냐? ”
“ 10개 3,800원.”
‘ 여전히 비싸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요.
용돈을 알뜰히 모으는 딸아이에게는 좀 버거운 돈이란 걸 알기에
“ 우리 딸이 천당 가려고 피 같은 돈으로 이걸 샀어? ”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화들짝 놀래더니
“ 아니, 아니, 돈은 낼 가져가니까 아빠가 줘야지!!! ”
역시나 여우같은 가시나.
“ 야, 그럼 아빠가 천당 가는 거지 니가 가는 거냐? ”
“ 그럼 아빠가 천당 가.”
하여간 돈 앞에서는 단호한 우리 딸.
전 조금 심통이 나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 아빠 혼자 가긴 미안하니까 아빠가 2,000원 줄게
네가 1,800원 내서 둘이 같이 천당 가자.”
적어도 딸아이가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길 바랐지만 딸아이의 대답은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아빠 먼저 가···.”
전 오늘 딸보다 천당 먼저 가는데 3,800원 투자했습니다.
우리 딸 알뜰히 적금한 용돈 중학교 가서 자기 이 교정할 때 보탠다네요.
기특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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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웃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