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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선물하고 삐쳤다.


BY 민승희 2009-08-04

언젠가부터 아내에게 화이트데이 사탕 선물 주는 게 딸아이 사탕 사는 김에

사다주는 식의 성의없는 행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성의없는 행동에 아내의 제동이 들어오더군요.

 

“이런 상투적인 거 말고 선물하나 해줘라, 귀걸이 선물.”

 

아내가 이젠 살만큼 살았다고(?) 대놓고 선물 얘기를 합니다. ㅎㅎ

 

“여자는 선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성의를 바라는 거야.“

 

전 이 말을 너무나 순수하게 받아들였나 봅니다.

아내 몰래 인터넷으로 액세서리 쇼핑을 시작했죠. 가격대별로 잘 나와 있더군요.

5만 원짜리 이하를 검색하다가,

뭐 히트상품이라고 하는 ‘1만 2천 9백 원.’하는 귀걸이 하나를 골랐습니다.

 

물론 돈도 없었지만

‘가격’이 아니라 ‘성의’란 말을 되새겼죠.

월요일에 물건이 도착하자마자 기쁜 맘으로 휴대폰으로 찍어서

아내에게 전송을 했습니다.

‘자기야 진짜 샀구나, 어머 넘 이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란 문자가 오더군요.

전 내심 흐뭇해하며 또한 저의 탁월한 안목을 뿌듯해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는 제 턱밑에 두손을 모아가며 채근했습니다.

전 주머니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내 밀었죠.

딱 여기까지가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케이스가 없네에 · · · ."

 

'케이스? 뭔 소리지 · · ·???‘

 

아내는 선물을 꺼내 들곤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더군요.

 

“이거 아까 휴대폰으로 전송한 물건 맞아? 보석이 안 박혔네에 · · · .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저에게 보여주더군요.

 

“엥!!!”

 

아내의 휴대폰에 저정된 사진은 분명 제가 보낸 게 맞는데

빛의 반사 때문인지 정말 링 테두리에 열댓 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고 귀걸이를 하더군요.

몇 분이 흐르고... 아내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절 불렀습니다.

 

“이거 도금은 맞습니까?”

 

존댓말이 나오면 뭔가가 있다는 동물적인 감각에 전 방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 · ·글세 · · ·맞겠지.”

 

“귀걸이 한지 10분도 안 돼서 귀에 덧났습니다. 가서 연고 좀 가져오세요.”

“이런...”

 

약을 바르며 아내가 묻더군요.

 

“얼마짜리야? 한 ... 5만원?”

“...”

“음, 그럼 내가 객관식으로 맞혀볼까?”

 

하며 아내가 스스로 문제를 내더군요.

 

“1번, 1만 4천 9백원.

2번, 1만 2천 9백원.

3번, 9천 9백원

4번, 5천 원에 배송료 별도.

몇 번이야?”

 

전 속으로 정말 악 소리가 났습니다.

보기 2번. 백 원 오차도 없이 맞춰 버리네. ㅋㅋㅋ

전 묵비권을 행사하며 방을 빠져 나왔습니다.

식탁에 놓여 있는 아버지가 먹다 남긴 소주를 한 모금 했습니다.

아늘놈이 따라 나오며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싸구려 사와서 엄마 속이다 걸렸어?”

“이런 · · · .

 

전 아들 어깨를 잡고 말했습니다.

 

“아들아 너 커서 여자가 뭐 사달라며

성의가 어쩌고저꺼고 하면 그냥 몇 달 점심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질러라. 알았지?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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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의보다는 가격입니다. ㅎㅎㅎ

나도 좋은 옷 하나만....주라....

 

http://blog.naver.com/agora_nayana/150054962329

[출처] 아내에게 선물하고 삐쳤다.|작성자 나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