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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솜씨로 리폼을 하다...


BY 뉴질줌마 2009-09-29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는 벼룩시장에서 중고 물건들을 사고 파는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우리 가족도 일요일마다 여는 썬데이 마켓에 가서 시장에 늘어 놓은 물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사오기도 한다.

내가 주로 구입하는 물품은 뉴질랜드산 100% 양모 스웨터(이게 무지하게 따뜻하다..)나

나무 조각, 책 등이다.

그리고 인터넷 한국 신문에는 '사고팔기'란이 있어서 매일 수 십종의 물건들이 올라 온다.

나름 싸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경쟁이 치열하다.

 

또, 벼룩시장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 외에도 안 쓰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현지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은 정말 뭐 저런 물건까지 파나 싶은 걸 들고 나오지만 아직

우리는 한국인 정서가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쓰던 물건 사고 팔기를 거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나눠주는 물건들도 꽤 많다.

난 몇달 전부터 4인용 식탁을 구하려고 많이 찾아보고 있었다.

나름 좋은 8인용 식탁이 있어서 새걸로 구입하는건 조금 부담스러웠고, 적당한 4인용 식탁을

패밀리 룸에 놓고, 티비보면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햇빛도 쐬면 좋을꺼 같아서 이다.


그런데 한동안 마땅한 물건이 구해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이사를 하는 댁에서 전에 살던 분이 식탁을 놓고 가겠다고 하길래 내 생각이 나서

그러시라 했다는 거다.


얼른 달려가 냉큼 들고 왔는데 식탁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의자가 장난이 아닌더라구요.

방석을 덮었다가, 양털을 덮었다가 고민 고민 끝에 의자를 분해해 봤더니 시트만 홀랑

떨어지는게 아닌가

마침 집에 있던 카키색의 커튼지를 크기대로 자르고 스테플러로 천을 고정시키고

다시 틀에 끼워 넣으니 럭셔리 의자로 변신!!!

나무가 튼튼하고 좋은 식탁인데 짙은 밤색이다보니 군데 군데 까진 곳이 보여서

갈색펜으로 열심히 칠해주니 이건 뭐 새 것과 다름없이 되었다.


남편과 애들도 너무 신기해하고...좋아~ 좋아~

뉴질랜드에 오니 정말 못하는게(?) 없는 주부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선 돈으로 다 해결되었는데 이곳에선 아직 정보가 없어서 해결이 안되는

것들도 참 많다.

 

그러다보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팔 밖에...

어쨌든 내 손으로 리폼을 하고 나니 얼마나 흐믓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