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아 엄마가 아침에 니 책상보니
우유값 낸다고 만원 줬는데
까먹고 지갑까지 통째 두고 갔구나.
닮을 것 닮아야지
정신머리 없는 걸 닮으면 어쩌겠누
아침부터 우리 아들 망신살 뻗치게 해서 미안하다만
느그 엄마 깜빡깜박 까마귀 괴기 좋아하고
전깃불 깜박거리는 거 보다는
반딧불을 깜박 거리는 게 더 좋아 보이는 건
반딧불이 깜빡거리면 형설지공이 쌓이게 되어
지혜의 샘이 솟아나 널리 이롭게 쓰이게 되고
호롱불 밑에서 책장 넘기며 눈꺼풀 깜빡이며 졸음 쫒아가며
밤새 공부했던 옛사람들을 잊어서는 안되니라
이런 깜빡거리는 니 행동을 보니 오늘은 왠지
우리 아들래미가 엄마 닮아가는 것 같아 돌기 일보직전
깜박 깜박 그거 엄마 닮으면 일난다.
엄마가 이렇게 경을 쳐도 우리 아들이 언제 엄마 말을
이해하게 될련지
아들아
깨구락지 시염 날때까지 그 성격 달고 가면 만사 물거품이니께
빨랑 정신차렷
열중시엇도 쉬어가며 할 수 잇음 하고
사랑하는 내 아들땜에 엄마가 오늘 아침 부리나케 글 쓰고 희미한 미소라도 짓게 되는구나.
이 다음엔 느그 아빠를 비롯 우리가족 모두 파안대소 할 수 잇도록 오늘 같은
돌출 행동을 햇음하는 엄마의 바램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