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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BY 이슬아빠 2009-10-19

2009년 1월 5일..

 

오늘은 왠지 삽겹살이 먹고 싶었다.

퇴근길에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오늘 저녁 삼겹살을 먹자고 했다.

퇴근길에 마트를 들러 삼겹살을 사서 저녁을 삼겹살을 먹었다.

신의 계시를 받은 걸까? ^^

와이프는 내일 쯤 이슬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남겼다.

 

 

2009년 1월 6일 . AM 6:50

 

와이프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리에 깼다.

와이프는 약간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양수가 터진 것 같아"

라는 얘기를 했다.

서로는 기쁨과 함께 침착성을 유지했다.

와이프는 이미 산모카페를 통해 100여명의 출산후기를 독파한 터라

ㅋㅋ 이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보며 진통의 간격을 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벌써 5분 간격으로 진통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준비를 해야겠구나' ^^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얘기했다.

준비하고 병원으로 오란다...

 

 

2009년 1월 6일 . AM 7:28

 

와이프의 진통은 어느새 3-4분 간격으로 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바나나 까지 먹는 여유를 보인다.

그리고 머리를 말리고 에센스를 바르고 안경을 써야할지

렌즈를 껴야 할 지를 고민할 정도다.

조금 더 시간을 주면 화장하고 귀걸이 하고 나갈 태세다 ㅋㅋ

 

나름 힘든 진통을 하고 있을텐데 의연하게 잘 참고 있다.

 

미리 준비해둔 출산준비물을 다시 한번 챙기고 옷을 입었다.

와이프는 또 원피스를 입어야할지 츄리닝을 입어야 할 지를 고민한다.

대단한 여자다... ^^

 

 

2009년 1월 6일 . AM 8:00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당직 선생님이 초음파검사와 함께 내진을 한다.

벌써 자궁문이 4센티가 열렸단다... '앗싸~~~'

내진을 하면서 골반이 넓어 애기를 쉽게 낳을 것 같다고 한다.

'또..앗싸~~~'

 

분만대기실로 옮겨서...

내진을 하는 과정과 자궁이 열리는 과정에서 와이프는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대견하게 잘 견딘다.

힘들어하는 와이프의 모습이 안스럽고 해줄 수 있는게 없어

손 잡아주고 함께 호흡을 하는 거라도 최선을 다했다.

 

분만대기실에서 한 시간이 흘렀다.

자궁은 이미 9센티가 열렸다.

선생님이 분만실로 옮기자고 한다.

 

힘을 주어 자궁문을 여는 과정에서 힘든 고통 속에서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힘을 주면서 나온 변에 더 신경을 쓴다.

연예인이다... ^^

 

 

2009년 1월 6일 . AM 9:20

 

선생님께서 이제 분만실로 옮기자고 한다.

자궁은 다 열린상태에서 이제 힘을 줘서 이슬이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분만실에는 선생님과 나와 와이프 이렇게 세명이 있다...

와이프는 분만체어에 앉고 난 머리 맞에서 와이프와 함께 힘을

주고 선생님은 이슬이가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팀플이 중요한 상황..

이슬이가 나오려고 힘을 주면 엄마는 배가 아프다.

그 아픈 상황에서 이슬이를 도와주기 위해 힘을 줘야 한다.

난 그 상황에서 와이프가 힘을 줄 수 있도록 같이 얼굴핏줄이

터지도록 함께 힘을 쓴다.

선생님은 우리 가족의 힘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신다.

 

지금까지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지금껏 잘 참던 와이프도 이제는 힘이 드나 보다

 

그 상황에서도 입술이 꽉 깨문체 이슬이를 위해 힘을 준다.

지금 순간의 당신은 나의 와이프가 아닌 이슬이의 엄마로써

세상의 어머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자랑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힘들어 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

여러번의 반복으로 조금씩 이슬이는 자기길을 찾아 가고 있다.

 

그런데 뱃속에서 태변을 보고 태변을 먹은 이슬이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세상에 나와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이슬이의 심박수가 떨어지면서 결국은 제왕절개를 해야 한단다..

 

지금껏 힘들여 고생했는데.. ㅠ

그래도 선생님 말씀은

" 아들이 효자네요.. 태변을 먹고 나오는데 힘들어 할 법한데

애기도 잘 참아 주고 있어요 "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반복된 고통과 함께 힘을 주다보니 와이프도 서서히 지쳐가나보다

피곤한지 연신 눈을 감고 잠에 취하고 있다.

선생님은 " 산모가 자면 안되요..그럼 애기 못 나와요."

연신 얘기한다...

 

어느 덧 시간은 10시를 넘고 있었다.

 

 

2009년 1월 6일 . AM 10:41

 

와이프는 다시 한번 힘을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눈을 번쩍 뜨고 다시 한번 입을 꽉 깨문다...

수 차례 반복된 과정으로 마지막 힘을 쏟아낸다...

이제 이슬이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원장님이 들어오시고.. 한번 만 더 힘주면 되겠다고 하신다.

너무도 기분이 좋다... 고통도 이제 마지막이다...

 

'여보 이제 마지막이니까 한 번만 더 힘내자..'

 

원장님은 회음부를 절게하고 한 명의 간호사는 와이프의 배를

밀어 이슬이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태세다...

 

"한송이 국화꽃을 위해 밤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마지막 ...

 

세상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이슬이는 그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지축년 1월 6일 오전 10시 41분 ... ^^

 

감격스럽고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진통에도 정말 너무도 꿋꿋하게 잘 버텨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사랑해.. 여보.. 고맙다.. 이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