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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판정 후 10일


BY zlzlqmo1 2009-11-11

얼마 전에 신종플루에 걸렸었습니다.
몸 관리도 잘하고 손도 자주 씻는 등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그만 덜컥 걸려 버리고 말았네요.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한창 앓고 있을 때는 끙끙 소리가 절로 나더라구요.
생각보다 안 아팠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저는 어찌나 아프던지요^^;;
온 몸이 욱신욱신 아픈 게 뼈가 삭는 느낌이었어요.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것도 고생이었고 다시 겪으라면 절대 사절이에요.

발병은 열흘 전부터였어요.
아침부터 기침이 좀 나더니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주말에 야외로 놀러 갔다 오는 바람에 피곤해서 그러는 줄만 알았죠.
좀 쉬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다음 날 열도 펄펄 나고 목도 아프고…
거울에 비친 얼굴이 누렇게 떠 있는 거 보니까 감 잡히더라고요.
‘아 이거 신종플루일 수도 있겠다…’
회사에 늦는다고 전화를 한 다음 택시 타고 병원 가서
검사부터 받았어요. 의사 샘이 문진표 보고 발열 체크 해 보시더니
맞는 것 같다고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시더라고요.

다음 날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저는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게 되었답니다.
집에 갇혀 지내는 내내 살아야겠단 생각에~^^
밥은 굶어도 타미플루는 꼭꼭 챙겨 먹었는데 이 약이
일반 감기약과는 달리 상당히 메스껍더라고요. 첫날은 토하기까지 했거든요.
차라리 열나고 아픈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몸에 안 받는데다가
한번 복용하면 몇 시간 동안은 정신도 몽롱하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뭐 이런 불쾌한 약이 다 있나 싶었다니까요.
물론 이왕 먹기 시작했으니 내성 생길까 봐 꾸역꾸역 다 먹긴 했지만~

근데 전 제가 아픈 것도 아픈 건데 가족들한테 옮을까 봐
말도 못하게 걱정되었어요. 다 큰(?) 나도 이렇게 아픈데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우리 딸아이가 옮을까 봐서,
또 저 병간호 하느라 살이 3Kg는 빠져 버린 착한 울 남편하고
연로하신 시부모님한테 옮길까 봐서…
그래서 집에 갇혀 지내는 동안에는 아픈 와중에도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했답니다.
수건이나 식기도 따로 쓰고 제 방문은 꼭꼭 잘 닫고
가족들이 손은 잘 씻는지 자주 체크하고
제가 주로 만지게 되는 것들은 클리즈로 깨끗하게 살균하고…
초반엔 그냥 하루에 한두 번만 돌리다가 신종플루의 매운 맛을
보고 난 뒤로 나중엔 아예 클리즈를 끼고 지냈다니까요
ㅎㅎ

이렇게 애쓴 덕분인지 가족들은 저랑 접촉을 꽤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신종플루의 마수에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그렇게 열흘 가까이 보내고 나서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쐬니까
와~살 것 같던데요! 서울 공기가 이렇게 상쾌했나 싶기도 하고
날마다 보던 집 주변 거리도 눈물 나게 반갑고…
그날은 신나서 온종일 여기저기 쏘아 다녔습니다.

신종플루가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닐지 몰라도
한번 걸리게 되면 감기보다 한 다섯 배는 더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는 이제 면역력이 생겨서 신종플루에 다시 안 걸릴지 몰라도
가족들 생각하면 위생에 한층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 신종플루를 앓고 계시거나 환자의 가족 분들이 있으시면
먼저 힘내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웬만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니까 조금만 견디시고요.
큰 상관 없으신 분들도 평소에 미리미리 몸 관리, 위생 관리
잘 하셔서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