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첫 키스편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사사로운 것부터 너무 다른 남녀탐구생활.
먼저 여자의 남친과의 첫키스 준비 방법이에요.
남자친구와의 첫키스 -여자편
여자가 잠에서 깨어나요. 오늘은 그와 사귄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에요.
며칠 전 헤어질 때부터 남자가 미적미적 되는 꼴로 보아 오늘은 왠지 꼭 그와 키스를 할 것만 같아요.
“키스란 두 입술을 통해 영혼과 숨결을 주고 받는 거예요.”
라는 영화 <프렌치 키스의 명대사>를 떠올리며
남친과의 키스를 상상 해봐요.
분명 로맨틱하고 멋진 키스를 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요.
원래는 목욕탕에 가서 때 빼고 광내려 했지만, 늦잠을 잤기 때문에 포기해요.
화장실에 들어가요. 우선 오늘 머리를 감을 샴푸를 골라요.
키스를 할 때 남친이 자연스레 잡을 머리카락을 상상해봐요.
역시 키스할 때 머릿결의 느낌은 중요해요.
향이 좋은 샴푸, 탈모 방지용, 한방 샴푸 등등 다양한 아이들이 자기를 써달라고 소리를 지르네요.
여자는 고민하다 얼마 전 약국에서 1만원 주고 산 샴푸로 된 비듬치료제를 골라요.
최근 갑자기 기온이 변해서인지 머리에 자꾸 비듬이 떨어지고 두피에는 뾰루지가 났기 때문이에요.
샴푸 하나에 1만원이나 하니 비싼 것 같지만
여자는 이 정도 투자로 깔끔한 두피와 머릿결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정돈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남친이 내 두피 뾰루지나 비듬을 만지기라도 한다면 쪽팔려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샴푸형 비듬치료제로 거품을 낸 다음 두피를 마사지해줘요.
3-5분 정도 이대로 줘야 좋다고 하니 일단 비닐캡으로 머리를 씌워요.
그런 다음 얼굴에 각질 제거제를 바르고 각질을 밀어내요. 이제 5분이 지난 것 같아요.
머리를 헹궈낸 다음, 얼마 전 미용실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산 헤어트리트먼트를 다시 발라줘요.
트리트먼트는 모발에만 발라야 해요.
다시 비닐캡을 쓰고, 향이 좋은 바디샴푸를 몸에 바르고 몸 구석구석을 씻어요.
팔과 다리털 제모는 잊지 않아요.
겨울이지만 스타킹 사이에나 겉옷을 벗어났을 때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없다는 생각에서 제모는 꼭 해요.
이 정도면 내 다리에서 파리도 미끄러져 즉사할 거라며 매끄러워진 피부에 뿌듯해하곤 여자가 방에 들어와요.
키스에 대비해 촉촉한 입술을 부각할 수 있는 메이크업이 좋겠어요.
눈썹정리-토너-스킨-에센스-수분크림-썬크림-메이크업베이스-파운데이션-컨실러-눈썹그리기-속눈썹뷰러-
아이러이너-부끄부끄 살구색 블러셔를 순서대로 발라줘요.
아이라이너를 그릴 때는 눈을 감았을 때도 예뻐 보이게 너무 두껍지 않게
눈 라인에 최대한 밀착해서 얇게 그려줘여해요.
마스카라도 번지지 않는 워터프루프 타입으로 뭉치지 않게 발라줘요.
그래야 눈을 감았을 때 예뻐보이니깐요.
눈화장을 마친 다음에는 립밤으로 건조한 입술을 다스려줘요.
립스틱은 최근 송혜교가 자연스런 화장에도 잘 어울린다고 광고하는 ‘오렌지 블룸색’을 골라요.
위에 살짝 투명 립글로스를 바르니 송혜교 같아요.
아, 화장 전에 코밑에 잔털도 꼭 정리해줘야 해요.
남친이 입술을 보다가 내 코밑 잔털을 보고 키스할 맘이 달아날 수도 있어요.
옷은 어제 백화점에서 새로 구매한 여성스러워 플레어 스커트에 부드러운 곡선과
풍성한 볼륨감으로 가슴이 살짝 커보이는 블라우스를 입어요.
완벽한 옷차림에 어울릴만한 가방을 옷장에서 찾아봐요.
스발. 맘에 드는게 없어요.
다음주에는 백화점가서 가방을 새로 사야겠어요.
마지막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봐요. 완벽해요.
남친이 좋아하는 향수를 손목, 귀 뒤, 치마 끝자락에 뿌린 다음,
마지막으로 입술을 한번 섹시하게 내밀어 보며 거울 속의 모습을 체크하고 집을 나서요
여자친구와의 첫키스-남자편
남자가 잠에서 깨어나요. 어제도 술을 만땅으로 마셔서 아침부터 속이 메스꺼워요.
예전과 달리 숙취해소가 잘 안되는 것을 느껴요.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지’라고 결심하다, 이런. 우라질레이션
오늘은 여친과 데이트가 있는 날이란 걸 깨달아요.
오늘은 그녀와 키스에 성공해야 되요.
한 달째 매너남인 척 참으면서 키스를 하지 않은 것을 알면 친구들이 알면 놀려댈게 뻔해요.
사실 친구들에게는 하지도 않은 키스를 했다고 뻥쳤어요.
남자 미적미적되며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요.
지식인에 ‘키스 잘 하는 법’을 검색해봐요.
‘여자친구와 키스하는 방법’,’영화배우처럼 키스 하는법’ ‘키스하기 좋은 장소’등
별의별 질문을 올린 놈들이 많아요. 대충 답변들을 읽어 봐도 신통치 않아요.
얼마 전 이병헌이 김태희에게 했다는 사탕키스가 있데요.
동영상을 플레이해보며 ‘그래 이거야!’ 라고 무릎을 쳐요.
남자는 자신도 이병헌처럼 키스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쿨하게 컴퓨터를 꺼요.
하루종일 뒹굴다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남자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열심히 양치질을 해요.
아무리 이를 닦아도 어제의 술냄새가 가시지 않은 것 같아요.
뭐라도 더 해봐야겠어요.
누나가 얼마 전에 사온 구강청정제가 눈에 띄어요
입이 터져라 가득 머금고, 남자답게 입을 헹궈요.
양치로 해결 안되었던 술냄새가 사라진 것 같아요.
남자는 거울을 보며 자기가 정우성과 닮았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요.
다음에는 면도를 해요.
털이 올라온 거칠거칠한 턱을 터프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친이 요즘 꽂혀있는 아이돌이 빛나는 샤이니래요.
베이비 같은 샤이니와 남자다운 자기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로맨틱한 사탕키스를 위해서는 면도를 해요.
거울 앞에 서서 여친과 어떤 자세로 키스를 하면 좋을지 별 자세를 다 고민 해봐요.
거울 속에서 키스 자세를 잡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가 봐도 난 멋진 놈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한번 이병헌과 김태희의 키스신을 떠올리며 의욕을 100% 충전시켜요.
여친은 자신과 키스를 하고 나면 나의 테크닉에 반할 거라고 상상해요.
샤워를 마친 남자는 어제 벗어 던져 놓았던 옷을 다시 입고, 뜨거운 키스의 순간을 떠올리며 집을 나서요.
어차피 키스는 입으로 하는 거지 다른 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게 남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