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라 빨아서, 다려서, 걸어놓은 와이셔츠
아무렇지도 않게 쑥 꺼내입고
빨래함에 버리듯 쑤셔넣어버리는 인간...
오전 한나절 입었다고
휙 벗어 빨래통에 던져버리는 자식들...
새벽밥 짓고 찌개끓이고 생선굽고 나물무치고..
아침상 차려놓으면
속이안좋다고 끼적거리다
출근해버리는 인간...
반찬이 이러니 저러니 투정부리다가
학교버스시간 늦었다고 짜증부리며
뛰쳐나가버리는 자식들...
가족들은 하루하루 엄마가 ,아내가 사라져가는것을 알까?
사진이나 그림이 시간이 갈수록 엷어지듯..
내가 자꾸 엷어져서..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데..
싱크대도 반짝반짝하고,가구도 잘 닦여져있고,옷장에 옷들도 가지런하고..
냉장고에 잘담아놓은 김치도 들어있고,멸치다싯물도 잘 내어져있고..
이런 단단한,절대로 흐틀어지지 않을 , 일상의 틀속에
내가 투명인간처럼,혹은 유령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