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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친환경과 나비 효과


BY 나비효과 2010-01-10


'친환경'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대다수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말일 겁니다. 우리가 보고 숨쉬는 모든 우리 주변의 생태 친화적인 것을 뜻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올 한해 우리 기업들이 만든 제품에는 '친환경'이라는 코드를 담은 제품을 상당히 출시했고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이 출시될 것은 분명합니다. 친환경 모니터, 친환경 휴대폰, 친환경 컴퓨터, 친환경 키보드, 그리고 친환경 TV까지 말이죠.

 

이처럼 친환경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마케팅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린 IT가 흐름으로 굳어지고 디지털 제품들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움직이는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이를 마케팅에 내세운 제품도 제법 됩니다. 물론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가치를 강조하는 것만은 절대 잊지 않고 있지요.

아무리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친환경이라는 용어까지 썼다면 제품 자체가 환경과 관련 없는 제품은 아니겠지요. 우리 삶과 밀접하지는 않아도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다면 어떤 연관성이 갖기 마련인데, 이 같은 궁금증을 며칠 전 삼성 TV의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풀어보았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나비 효과가 떠오르더군요. 나비의 날개짓이 어떤 연쇄 작용으로 인해 허리케인이 된다는 나비효과. 물론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이론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주 작은 것이 큰 변화를 가져올 때에도 이 같은 이야기를 쓰곤 하지요. 좀 비약적인 부분이 있긴 해도 TV의 친환경도 우리가 일상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효과들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TV의 두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볼까요? 일단 얇은 두께가 마치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TV도 친환경 개념이 많이 들어가고 있지만, 그저 얇은 두께를 구현하는 것이 친환경으로 포장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얇게 만들면 달라지는 수많은 환경의 변화, 그것이 친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테면 TV를 운송할 때 쓰이는 포장재를 볼까요? 얇은 TV에 맞춰 포장재의 두께도 얇아지므로 전체적인 두께와 무게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지요. 얇아진 만큼 한 대의 트럭에 적재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납니다. 차 한 대로 더 많은 TV를 수송할 수 있게 되는 데, 사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입니다.

물론 이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TV를 얇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얇은 TV를 만드는 핵심은 LED에 있다보니 대부분의 LED TV가 친환경을 주장합니다. 물론 LCD TV도 경우에 따라서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LED보다는 친환경을 주장하기에는 좀 약하지요. 그런데 LED를 선택해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앞서 제품을 얇게 만들어 포장재를 줄여 운송량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전력을 덜 소모하는 것으로 절감되는 전기료도 포함합니다. 이는 소비자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부분이죠. LED TV 105와트, LCD 190와트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이는 하루 8시간씩 한달 TV를 시청할 때 평균 400kw/h의 누진세를 적용하면
LED TV 15만 원, LCD TV 25만 원으로 10만 원쯤 차이가 납니다
.
 
(
, 전기료는 TV의 화면 크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10만 원의 전기세를 아꼈지만, 아낀 전기료가 미치는 영향을 또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가격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쓰는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생기니까요. 분명 TV 한 대의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그러한 TV가 수백만대 보급되면 그 효과는 배가 됩니다. 더불어 저전력 LED는 발열량도 줄어든 만큼 열을 식히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제품의 재활용도 친환경의 또다른 방향입니다. 삼성을 비롯해 여러 가전 업체들은 폐기하는 TV에서 재활용하는 소재의 비중을 높이고 있지요. 제품을 출시하기 전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새롭게 적용하거나, 재활용 비율을 높여 친환경 제품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면 이를 전문적으로 실험하고 평가하는 사내 조직을 거치면서 일정 수준의 재활용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 양산을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납이나 수은이 함유된 부품을 쓰는지도 가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활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포장재의 재활용과 폐가전의 재활용이죠. 포장재는 거의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넘어 왔지만, 폐가전은 아직 아닙니다. LED TV LCD TV 패널은 재활용이 불가능 해 그냥 깨버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 밖의 부품들은 최대한 재가공 됩니다. 나사는 당연하고 TV를 감싸고 있는 케이스를 녹여서 다른 부품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재활용해 쓸 수 없는 나머지는 오염이 되지 않도록 공정을 통해 재처리합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에 돈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LED TV 한 대가 얻어내는 친환경의 나비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양하지만, 실제로 어느 개인이 느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게 제품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친환경이 어렵나 봅니다.

 


하지만 의외로 결론은 간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친환경이라는 것은 전기료를 빼면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돈과 직결된 이야기인 셈입니다. 단지 모두의 이익과 연결되지 않는 모순이 있을 뿐입니다. 소비자는 자기에게 돌아오는 직접적 이익이 없으니 굳이 친환경을 생각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꾸준하게 제기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 할 것이라며 그 의무를 미루는 모습도 자주 보여 왔습니다.

때문에 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TV로 친환경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친환경 TV를 보면 나무 몇 그루를 아끼고 있느냐가 피부로 와닿지도 않고 와닿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어떤 버튼(예를 들어 나무 아이콘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TV 안에 돈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한 한루를 볼 수 있도록 한 다음, 이용자의 평균 이용 시간에 따라 그 나무에 매달린 돈이 시들거나 더 활짝 피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그리고 그 나무의 잎이 시든 이유나 되살리는 방법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 친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이런 기능이 TV를 보는 목적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는 것에 익숙해 있는 소비자에게 맞는 친환경 프로그램은 밖에서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할 게 아니라 TV 안에서 직접 보여주는 게 최고입니다. 늘 친환경을 이야기하고 수많은 나비 효과를 만들어도, 정작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는 나비 효과 없이는 진정한 친환경은 이룰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