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88

물기어린 목소리에 엄마 전화를 받을때면...


BY 용맘 2010-01-18

결혼 6년차 둘째 아이를 임신중입니다

워낙 없이 시작한 살림이기에 늘 절절매며 사는 살림살이가 가슴아프신 울 친정엄마는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를 바라셨죠

6년이 지난 지금도 입버릇처럼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금이야 옥이야 세상 풍파 모르게 살라고 품에 안고 키웠는데

나쁜놈...썩어죽을 놈... 을 달고 사시죠

울 랑구 돈이 없어 그렇지 가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엄마는 제가 고생하는 모습이 가슴아파 마음을 아직도 열지 못하시네요

둘째를 임신한 걸 알고 또 한소리 듣겠다 생각했는데...

아무말없이 찬 서리를 맞으시고 딸기 한상자와 메론 한덩이를 들고 오셨더라고요

- 먹어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먹고 싶은거 있으면 돈 아끼지말고 먹어

니 올케 눈치보여 직접 사다 주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돈 주면 또 생활비 보태 쓰고 안 사먹을까 새벽부터 가서 사온거야-

라고 말씀하시고는 텔레비젼에 나오는 위암걸린 새댁을 보시고 우시는지 날 보고 우시는지 서럽게 울다 가시네요

그리고 다시 몇일 커다란 쇼핑백을 내려 놓기가 무섭게 일어나시려고 하네요

-뭔데 또 뭐 사가지고 왔어 일도 바쁘면서...

민망함에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 가슴이 져미네요

- 니 옷 사입으라고 돈 주면 생활비 보태고 안사입을까 니 아들하고 니 겨울 외투 사왔다

매일 언니가 준 그 큰 잠바 걸치고 다니지 말고 병원갈때나 엄마한테 올때 딱 맞는 걸로 입고 오라고 니 아들도 그만

얻어 입히고 두 모자가 커다란 것 얻어 입고 나타나면 쌍그지야 엄마 속상해

그러고는 금새 일어나시네요

굳이 잡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에

오늘 엄마가 운영하시는 공장에 일을 거들러 갔다왔어요 입덧이 심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말없이 보고 계시더군요

또 날 보는 엄마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에휴~~~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얼마 후 전화가 오네요

물기어린 울엄마 목소리...

-너 그때 먹고 싶다던 수박은 사 먹었어? 뭔 없는 년이 한겨울에 수박타령여... 엄마가 이모시켜서 낼 사오라고 했으니까 내일 와서 시원하게 먹어봐라 좀 덜하고 입에 맞을지 모르니...

그리고 내 대답도 듣지않고 서둘러 끊어버리네요

늘 말씀은 퉁명스럽게 하셔도 그 눈빛과 그 목소리만 들어도 엄마 사랑이 전해서 눈물이 납니다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지못해 미안해요 그리고 항상 곁에서 지켜주시고 끊임없는 사랑을 주셔셔 고마워요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