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진이 아빠에게
친구로 지내던 학창시절 3년과 친구와 연인을 오가던 7년 그리고 결혼생활 17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27년이나 되었네요.
지금도 가끔은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꿈에 당신의 학생때 모습을 보기도 하는데 현실의 당신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부채 때문에 요즘 말로 신이 내렸다는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작은 공간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당신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해요.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제가 사업이라는 걸 시작할 때 주저없이 대출을 받아 주었고,힘든 상황 고비고비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결국 저는 실패하였죠.
사업장만이 아니라 가정까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완벽한 실패...
세상 저버리려고 보험도 많이 들어 놓았었던 그 시절..
우린 아직 젊다고 사랑과 맨주먹 만으로도 다시 일어설수 있다며 삶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하여준 당신....
직장 사표내고 퇴직금과 집을 팔아 부채를 청산하여 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을 멈출 수 없답니다.
어려운 생활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하나 멀어질 때(난 그때서야 세상의 매정함을 깨달은 바보였죠)도 너털 웃음으로 우리가족만 흐터지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던 당신의 모습...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납니다.
항상 어려울수록 너털웃음을 지는 당신이지만 당신의 가슴속 깊은 상처를 어찌 모르겠어요.
아마 그 웃음의 이면에는 저보다 훨씬 큰 아픔으로 속이 곪아 터졌을테인데...
이후로 10년의 세월은 우리가족에겐 물질적으로 너무도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물질보단 정신적 행복이 우선한다면 가정의 중심을 잡아준 당신 덕분에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았던것 같네요.
하지만, 몇평의 작은 공간의 가게에서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몇년간 꼼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당신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네요.
지난달 당신 동기가 부장으로 승진하였다는 소식에 잠시 당신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던 것을 저는 압니다.
동기중 가장 앞서가던 당신이였기에 더더욱 그러했으리라는 것도 잘 압니다.
"00이! 승진 축하하네!, 야! 그래도 난 사장(?)인데...아직은 내 밑이라는거 명심하라구"
하며 축하전화를 해주던 당신의 모습은 그동안 제가 못보았던 어둠이 내면에 가득한 모습이었답니다.
신이내린 직장의 부장과 구멍가게 사장(?)...
저의 사업실패는 결국 사랑하는 남편의 현실을 이렇게 바꾸어 놓고 말았네요.
진이 아빠!
곰처럼 무뚜뚝한 성격에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고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한 번 해본적이 없지만...
당신에겐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으로는 저의 마음을 다 말할 수 없을것 같네요.
저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글 솜씨가 좋지 않아 잘 표현할 순 없어도 분명한건 이 세상을 살면서 당신을 만난 만난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였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내가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할거라는거예요.
요즘은 작은 공간에서 다람쥐 찻바퀴 돌듯 살다보니 몸도 여위어 가고 자주 채하는 증상을 보이는 당신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건강해야 다시 일어 설 수 있다는 당신의 지론처럼 건강에 좀더 신경쓰길 바래요.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삶에도 머지않아 밝은 햇살이 비추리라 믿고 살아요.
우리 잃어버린 10년은 남은 세월을 보다 알차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그런 세월이라 긍정적인 생각으로 좀 더 밝은 모습으로 살아갈께요.
구멍가게 사장님!
힘내세요! 그리고 우리 꼭 다시 일어서요.
진정 진정 사랑하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