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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BY 꿈꾸는이 2010-02-03


 

1993 6..

10m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순간 나의 평범한 일상은

사라져 버린 그날..

 

그렇게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사고였는데 그 시간을

돌아봐도 지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배를 강타한 찢어질 듯 한 극심한 고통으로 아픔을

호소하며 몽롱해져 가는 기억 한자락외에는..

 

다음날 이른 아침에 행해진 수술에서 깨어 났을 때

내 다리는 더 이상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던 예전의

내 다리가 아니었습니다.

 

꼬집어도..뜨거운 물에 데여도..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는 감각도 없고 움직여지지 않는 두 다리..

 

그렇게 장애1급 장애인으로서 원치 않았던 나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 라는 후회가

시작되는 긴 시간들..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도 싫고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애써 부인하며

언젠가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 하나만을

부여 안고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며 그저 좀 불편할

뿐이라는 엄마의 말도 ...이젠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보라는 가족,친구들의 말도 외면한 채 저는 점점

세상과 멀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좋다는 치료란 치료는 않해본 것이 없고

당신이 없어도 굶지 않고 내 손으로 밥을 찾아 먹을 정도의

건강만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백 일 동안 천 배를

강행하시던 엄마..

 

내가 엄마와 입장이 뒤바뀌었다면 엄마가 나를 위해

보여준 그 사랑의 반의 반도 제대로 갚지 못할 이기적인 딸인데...

그런 줄 알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언제나 날 보며 가슴 아파하는 엄마인걸 잘 알면서도

엄마에게 가슴 아픈 말만 골라서 했습니다.

 

내가 소중히 간직해왔던 나의 꿈,

일상의 평범한 행복까지 포기해야만 했던 14년 전

사고 이후 지금의 내 운명이 마치 엄마, 아빠 책임인 것처럼

두 분을 참 많이 원망했었습니다.

 

사고를 당하게 된 게 엄마, 아빠 책임도 아닌데

그리고 내 수술을 급하게 결정한 것도

날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는걸

잘 알면서도 두 분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그 수술만 받지 않았더라면..어쩌면 지금은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를 필요로 하며 살아야 하는 장애인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내 대소변을 받아가며 내가 부르는 소리를 놓칠까 봐

단잠에 들지 못하고 한밤중에도 몇 번이나 내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시던 엄마..

 

밤잠도 설쳐가면서 날 데려가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민간치료는 어느것하나 흘려 듣지 않고 저에게 손수해 주신

엄마..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더운 여름날에도 뜨거운 찜통에서 수건을 건져내

혹시라도 감각도 없는 내 다리에 화상이라도 입을까

그 뜨거운 수건들을 맨손으로 온도조절하며 시프를

하느라 언제나 벌겋게 달아올라있었고 밤이면

가려움으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심한

습진으로 고생하신 엄마..

 

항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했던 나 때문에 잠시

외출하는 것조차 마음 놓고 하지 못하고 가슴 졸이며

살아온 엄마인걸 머릿속으로는 잘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내 뜻에 어긋나면 엄마 가슴 아프게 하는 말들을 아무렇게 않게

하곤 했던 난 나이만 들었지 참 이기적이고 철이

하나도 없는 딸이었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건네준 그 공책이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엄마를 그리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원망만 하며

지난 시간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 꿈도 없이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지금까지..

 

나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인정하기 싫어 여태껏

듣지도,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은...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며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기사들이 빽빽이

스크랩되어 있는 엄마가 제게 건네주신 그 공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공책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엄마, 아빠가 지난

10여 년간 어떤 마음으로 절 지켜보며 이 기사들을

스크랩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시로 아팠던 나 때문에 온 가족이, 특히 24시간 거의

내 곁에 있었던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면서도

내 위주로만 생각하면서 나만 위해주기를 엄마에게

강요해왔던 나를 그 공책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사고 이후 내 삶의 시간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기적..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계기가 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들

덕분에 13년이란 긴 시간 나를 괴롭혀 왔던 욕창 치료를

하고 재활치료까지 할 수 있었고

 

무의미하게 놓쳐버린 지난 시간들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었지만 재활치료를 받으며 나와 지금까지의

내 생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가까이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다는 빛 바랜 오랜 유행가 가사처럼

 

'엄마니까..

난 아프니까......건강하지 못하니까......'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긴장된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며

간병해준 엄마의 존재를..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왔던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병원의 좁은 보조 침상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와 불편한

병원생활을 모두 감내하며 매일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울까 봐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어둑한 새벽빛에

의지한 채 나를 위한 기도를 하시던 엄마......

 

사고 후 지난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나를 위해 지금껏

사셨으면서도 오히려 어리석은 부모 잘못 만나

재활치료도 제때 시켜주지 못해 자식인생을 망쳐버렸다며

재활치료 받는 내내 가슴 아파하시던 엄마께 이제서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오랜 시간 내가 세상과 단절되어 살았던 건

엄마가 바깥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 엄마.

저 이제 다시는 엄마 힘들지 않게 아니 실망시키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이전처럼 조그만 어려운 일에도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그러니 엄마도 저 때문에 더 이상 걱정하시지 마세요.

전 엄마건강이 더 걱정이 되요.

요즘 부쩍 오십 견으로 힘들어하는 날이

점점 늘어가는 게 엄마만큼이나 무거운 날 돌보느라

무리해서라는 거 알아요.

 

엄마도 제 걱정만 하지 마시고 이제부턴 엄마가

지금까지 나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엄마의 인생을

살아가세요.

 

저도 엄마가 늘 저에게 하셨던 말처럼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것에 더 이상 미련 두지 않고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작은 행복들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갈게요.

 

그러니까 이제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의 사랑덕분에 저 이만큼 강해졌으니까요.

지금까진 어리석은 원망 하며 약하고 못난 모습만 보여온

저지만 이제부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더 많은 남은 날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게요.

 

지금도 내가 일어나 내 힘으로 내 발로 단 한 발짝이라도

걷는걸 볼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엄마..

 

지금부터 갚아도 1/10.. 아니 1/100도 채 갚지 못하겠지만

여태껏 당연하게 생각하며 받아왔던 엄마의 사랑

이제부턴 조금씩 조금씩 되돌려 드릴께요..

 

 

엄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