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작년 12월초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셨지만 혼자 생활하기에 여의치 않아 저희 집으로 모셨습니다.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딸을 둔 덕에 어머님에게 집중 할 수 있어 어머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병원에도 모시고 다니고 집에서 어머니의 친구가 되어 드리며 딸집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드렸지만 어머닌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늘 입에 달고 지내셨습니다.
지난 겨울은 얼마나 매섭고 추웠던지..
난방을 틀고 온열장판을 깔아도 뼈속으로 스며드는 추위는 막을 수 없어 잠잘 때도 어머닐 꼭 껴안고 잤습니다.
어릴 땐 어머니 손길을 한 번 이라도 더 맛보려고 형제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을 치열하게 했는데 사느라 바빠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형제들의 전화는 뜸해져 어머니께서 궁금해 하실 때마다 내가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아마 누나 집에 계시니까.. 언니집에 계시니까 하고 믿어서 그랬겠지만 자식을 그리워하는 어머닌 자식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에 더 애착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알던 어머니와 몸이 아프고 노쇠하신 어머닌 많이 달랐습니다.
당차고 똑 부러진 어머니 성격때문에 여장부란 소리를 듣고 사시던 어머니셨는데 지금은 겁이 많으시고 걱정이 많은 할머니에 불과했습니다.
마음 속에 담겨진 이야긴 구슬처럼 몇 날을 엮어내도 끊이질 않았고.. 생선을 좋아하지 않다고 하시던 어머닌 사실 생선을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혼자 주무시는 것을 싫어하셨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하느라 다음 환자분이 많이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목욕은 좋아하지만 때 미는 것은 싫어했고, 가벼운 옷은 입으려 하셨지만 몸에 조금이라도 끼는 옷은 절대 사양이었습니다.
화장해 드리는 것을 좋아했고 커피와 아주 달고 부드러운 케잌을 좋아하셨습니다.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해 밤이 늦어도 월, 화 드라마는 꼭 보고 주무셨습니다.
퀴즈 프로그램과 마스터즈 골프대회.동계올림픽경기를 보시느라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면서도 텔레비젼 리모콘을 당신 손에 쥐고 계셨습니다.
늘 배려하고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하시던 어머니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좋아하셔서 좀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라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 없었습니다.
내집이려닌 생각하고 당신 편한대로 지내시다가 건강을 되찾은 후 고향집에 가셨으면 좋으련만..
순간 순간 고향집이 그리우면 내려 가겠다고 하셔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어머닐 모시고 고향집에 다녀와야 했지만 한 번 다녀오시면 일주일은 편안히 지내셔서 수고가 헛되진 않았습니다.
딸이 그린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잘 그림인 줄 아시는 어머닌 요즈음 제가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으십니다.
'진즉이 너를 가르쳤으면 시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되었을겨..'
어머니랑 함께 한 지난 5개월동안 어머니를 온전히 차지하는 복을 누렸습니다. 어머니께 매끼 따스한 식사를 해 드리다 보니 나 또한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구요~
어릴 땐 내가 어머니 손을 잡고 어머닐 따라 다니길 좋아했지만 지금은 어머니께서 제 손을 잡고 제가 가는 곳을 동행하길 좋아하십니다.
어머니랑 친해지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