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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포착의 최강자!


BY 오드리 2010-04-21

그 사나이는 바로 제 남편입니다.

 

이번 명절을 맞아 또한번 그의 기회 포착 능력이 입증되었습니다.

 

친정부터 먼저 다녀와야 하는 사정 때문에 다소간의 불편한 마음을 안고는 있었지만(시댁부터 다녀와야 맘이 편하잖아요) 친정엄마가 허리가 안좋으시니 이참에 도와드려야겠다고 착한 마음으로 친정에 갔지요.

 

그런데 제가 그만 배탈이 나고야 만 것입니다.

계속 화장실을 드나들고 약을 먹고 누워있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몸둘 바를 몰라 하십니다.

 

이유인즉 울 남편이 엄마가 하던 부침개와 생선굽기를 넘겨받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얌전하게 잘 하는 지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시다면서....ㅋ

 

평소 요리영재로 임명(?)받은 제가 간만에 엄마에게 효도 한번 하려 했는데

완전히 남편에게 공을 넘겨주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울남편이 운이 좋은 건 이때 뿐이 아니었습니다.

 

10년전 빌라에 살때 각 집에 한명씩 나와 청소하는 날이 있었는데 어느날 남편이 딱 한번 나가서 청소를 하게 되었지요.

 

어찌나 땀 뻘뻘흘리면서 혼자 열심히 일했던지 다음날 마주치는 아줌마들 마다 난리였습니다.

 

"새댁은 좋겠다...신랑이 어찌나 가정적인지..."

켁...3년만에 처음 한 청소인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급식봉사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일하러 나가는 요일과 급식일이 겹쳤는데 대신할 사람을 못찾아 남편을 대신 보냈지요.

 

다음번 급식갔더니 선생님이

"매일 oo이 어머니 뵈면 환하게 웃으시더니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아버님이 지난번 급식 오셔서 청소랑 다 해주고 가셨는데 어찌나 야무지고

깔끔하게 하셨는지 교실이 환해졌다니깐요..."하십니다.

 

그래서 저 그냥 한마디만 했지요.

"근데 선생님.....혹시 후라이팬 뒤에 기름때 끼었다고 남편에게 욕먹어 보셨나요?안먹어 보셨음 말을 꺼내지 마세요..."

ㅋㅋ

 

남편의 기회포착 중 압권은 작년의 일입니다.

참고로 울남편은 평생가도 장모님에게 전화한번 자발적으로 드리는 법이 없고 저희 제부는 엄마가 혼자 부산에 사실 때 부터 전화를 자주 했던 편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회사 체육대회를 다녀오다가 갑작스레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입니다.

 

마침 제 친정 아파트 근처를 지나던 길인지라 급하게 들어갔답니다.

하필이면 그날 엄마가 병이 나셔서 혼자 앓고 계셨는데 자식들 중 아무도 그날따라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갑자기 들어선 제 남편이 얼마나 노인네는 반가웠겠냐구요?

그날로 바로 울남편만 용되고 우린 천하에 불효막심한 것들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지요.

 

정말 이쯤되면 기회포착에 능한 건지....운이 좋은 건지 ....저도 알 수가 없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