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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환장한 인생의 어떤 조언


BY 일필휴지 2010-04-28

 

예나 지금이나 제가 술 하나는 잘 마십니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도 밖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오는 저에게 이런 농담을 곧잘 던지죠.


“술 잘 마시는 대회가 있다면 장원 내지 달인은 당신이 따 논 당상”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제는 제 나이도 오십이 넘은지라 젊었을 적처럼의 두주불사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맘에 맞는 지기 내지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푸짐한 안주라고 한다면 지금도 앉은 자리서 소주 세 병은 너끈한 주량을 자랑합니다.


하여간 이같이 ‘술에 환장한 인생’이고 보니

그간 술로 인한 실수담은 실로 파란만장의 경지를 자랑합니다.

이를 모두 밝히자면 그야말로 책으로 써도 서너 권은 족히 쓰고도 남을 분량입니다.


그래서 지면의 한계 상 다만 한 가지만 이실직고하겠습니다.

언젠가도 고향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천안역에서 대전 가는 밤 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잠이 드는 바람에 정작 눈을 뜬 곳은 종착역인 부산역이었지요.

황당한 느낌에 서둘러 다시 상행선 열차를 타고

집에 오긴 했지만 그 시간은 이미 이튿날 정오가 가까운 때였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외박을 하고 온 죄인’이란 자책감에 꼬리를 바짝 내리고 귀가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마구 야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나, 절대로 외박한 거 아니라고! 술에 취해서 그만 부산까지 갔던 거야!!”

그러한 변명은 하지만 아내에겐 이빨도 안 들어가는 핑계에 불과할 따름이었지요.


그 뒤로 저는 이를 악물고 결심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술에 떡이 되고 억병으로

취할지라도 죽어도 집엔 들어가자고 말입니다!


그 뒤로 정말이지 술로 인한 외박은 없었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부인의 늦은 귀가와 잦은 음주도

이혼사유가 된다는 법원의 판결 기사를 보았습니다.


내용인즉슨 40세의 모 직장인 아내는 직장에서

거의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 술에 취해 들어왔답니다.

심지어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과음한 채 회사 동료의

등에 업혀 간신히 귀가하는 날도 있었다네요.


이로 인해 말다툼이 잦아지면서 결국엔 시어머니와도

갈등을 빚었고 설상가상으로 이 부부는 각방 생활까지

시작했다고 하니 그간의 마찰음이 선연하게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했기에 저의 술로 인한 해프닝의 과거사가 떠오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평소 ‘술도 음식이다’라는 사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술이 가장

합당하니만치 조심하고 볼 일임엔 틀림이 없다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제 아무리 술에 곤죽이 될지언정 집에는 반드시 기어서라도 들어가렵니다.

그래야 이혼을 안 당할 것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