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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훗날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BY 곰탈여우 2010-05-10

엄마께서 시내에 볼 일이 있으셔서 지하철을 타셨어요.

직장 다니는 동생을 위해 엄마께서 조카를 돌봐주시고 계시는데요...조카가 유치원 간 시간에 얼른 볼 일을 보시기 위해서 오전 시간에 짬을 내어 시내에 가셨답니다.

엄마께서는 어르신 교통카드를 이용하시는 연세라 지정된 카드를 항상 가지고 다니시며 대중 교통을 이용하세요.

그날도 다른날과 다름없이 어르신 교통카드를 이용해 출구로 나오셨는데요..갑자기 연세가 있으신 역무원께서 엄마께 다가오더니 이유는 설명도 안 하시고 신분증을 내 보이라고 하셨대요.

엄마는 평소에도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시기에 처음엔 좋은 말로 [내가 그렇게 젊어 보여요?]라고 하셨대요.

그렇게 좋은 말로 하셨는데도 그 역무원은 엄마께 오히려 빨리 신분증이나 보여 달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엄마는 평소에도 물건을 잘 잊어버려 신분증도 잊어 버리면 어떡하나 해서 카드만 들고 다니고, 카드에도 엄마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 다닌다며 보여 드렸대요.

그랬더니, 그 분은 신분증을 안 들고 다니면 내가 카드주인인지 어떻게 아냐며 오랫동안 훈계(?)를 늘어 놓으시며 엄마의 어르신 카드를 들고 가시며 따라 오라고 하셨대요.

엄마는 기분이 나쁘셨지만 따라가시면서 엄마의 카드가 맞다고 왜 그러냐고 계속해서 물었더니 그제서야 [이 카드가 아줌마 카드가 맞는지 조회해봐야 되지 않겠어요?]하시더래요.

역장으로 들어 가서는 여직원분께 조회하라며 카드를 주셨는데, 여직원분께서 너무 바쁘셔서 다른 남자분께 또 떠 넘겼대요. 그 남자분은 컴을 다루는게 서툴러서 또 다른 남자직원분께 조회를 부탁했는데요...조회를 해 보니 엄마의 카드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와 이름이 뜨더래요. 조회해주신 남자분은 여러번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셨고, 엄마께서는 젊은 분이 무슨 잘 못이 있냐며, 그 연세드신 역무원을 찾으셨는데...엄마의 카드가 맞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하시더랍니다.

역장에서 30분 이상을 소요하신 엄마는 부랴 부랴 일을 보셨고,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삭이질 않으셨나봐요..엄마의 입장에서는 마치 범죄자 다루듯이, 그리고 번화가에서 눈에 띄게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라고 우습게 보고 그런것 같다며 고민을 많이 하신듯 했어요.

엄마께서는 현재 고혈압이 있으신대요...무엇보다 안정이 필요하신데, 그 일때문에 밤에도 잠자리를 뒤척이신것 같았어요.

제가 아침에 들렀더니 그 일을 말씀하시는데...딸의 입장으로 봤을때 엄마의 화를 풀어 드리고 싶었어요. 안그러면 두고두고 맘에 품고 계시다가 더 병이 나실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교통공사에 엄마를 대신해서 불만의 글을 올려 드렸어요. 글을 올리고 약 5분이 지나니 그 역에서 바로 전화가 왔어요. 그것도 실수를 저지른 분이 직접 전화하신것도 아니고 또 직원분을 시키셨더라구요. 그래서, 그 분과 직접 통화를 원하며 엄마께 직접 사과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엄마께서는 그렇게까지 하지않아도 되는데...왜 그랬냐고 하셨지만, 통화를 끝내고서의 엄마의 화는 누그러지신것 같았어요.

다시 웃음도 찾으시구요...

 

그 분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지금의 가장의 모습을 떠 올려 보기도 했어요. 한편으론 그 분도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일텐데...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처음부터 이유를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남에게 싫은 소리 잘 안하는데...우리 가족, 힘없는 부모님 일이고 보니 저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니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서 훗날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셨겠죠. 아무리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 없는 부모님이시지만, 저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분들이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