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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절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BY 일필휴지 2010-05-14

 

어제 기어코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동안은 4년 여 가까이 자영업 형태로 독립을 하였는데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매출은 지지부진의 형국을 벗어나지 못 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매달 말이면 사무실 관리비와 기타의 지출금 해결에도 머리가 아프곤 했지요.

그러다가 계기가 되어 참 오랜만에 직장다운 직장이란

어떤 ‘조직’의 문화에 편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별 거는 아니지만 여하튼 마지막이다 싶어

선배님이 좋아하는 담배와 커피를 사서 드렸습니다.


“옛수!~  이 거 먹고 떨어지슈.

그간 고마웠어요!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두고 갈 게요.”


함께 사무실을 꾸려왔던 선배님께선 아쉽다면서도 제 짐을

어제 옮긴 직장 건물의 아래까지 태워다 주는 융숭함을 과시하셨습니다.


얼마 전 바람을 쐬려고 대천 바다를 찾았습니다.

한데 선착장에서 탄 유람선의 꽁무니를 따라오는 갈매기들이 퍽이나 많더군요.


이들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를 노리고 그처럼 달려든 것이었습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무려 1시간 30분동이나 지칠 줄 모르고

유람선을 여전히 따라오며, 때론 앞질러 가는 갈매기들의

군무는 적지 않은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무엇을 하든 그 녀석들처럼

지칠 줄 모르는 끈기와 열정은 배우고 볼일이라는 것이었죠.


예전과는 사뭇 달라서 제가 생업으로

하고 있는 출판물 세일즈는 날이 갈수록 하강국면입니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업계를 떠난 지도 오래 되었지요.


저야 뭐 능력도 부족하고 벌어놓은 돈 또한

없는 터여서 여전히 여기서 발을 붙이고 있지만 말입니다.

다만 이 직업으로써 해낸 건 두 아이를

모두 대학까지는 가르쳤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아무튼 예전엔 저도 이 업종과 업계에선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치의 혁혁한 업적을 내기로 소문이 짜했던 사람입니다.


오죽했으면 한 분도 아닌 두 분의 사장님(중도에 직장을 바꾸었으므로)

모두 이구동성으로 절 가리켜

“자네는 나의 장자방!”이란 칭찬, 아니 명실상부한 극찬까지를 하셨을까요!


물론 이제 그러한 호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이제 전설로 치부되고 만 옛이야기니까 말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갈매기처럼 끈기와 열정만

지니고 있다고 하면 과거의 명성에 얼추 버금가는

가치의 획득만큼은 아직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프로야구 롯데의 저력은 근거지인 부산 시민들의

응집된 ‘부산 갈매기’의 힘(변함없는 열정과 응원전)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서해바다 갈매기를 본받아 더 열심히 하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