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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질구질 쇼핑은 사라졌지만


BY 일필휴지 2010-05-26

 

지난 2월초, 금지옥엽 딸이 난생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힘든 알바를 하여 근근히 모은 돈으로 간 여행이었다.


그러했음에 살인적인 물가(후일 전언에 의하면)의 일본에서

딸은 변변히 먹지도 못 하고 온천욕 또한 누리지 못 했다고 한다.


“저런! 아빠가 돈을 잘 벌었더라면 듬뿍 용돈을 주었으련만...”

“아니에요. 여하튼 좋은 경험 하고 왔어요.”


아들이 입사한 직장의 그룹 사보가 지난주에 집으로 도착했다.

시간이 없어 방치했다가 어제와 오늘 짬을 내서 읽었다.


그러자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육아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일본의 경우가 더욱 흥미로웠다.


이에 따르면 우리보다 한 달 늦은 4월에 학사 일정을

시작하는 일본은 초등학생 때부터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등에 메고 등교하는 책가방이 ‘란도세루’라고 하는데

평균 가격이 3만 5천 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4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허걱~ 없는 사람은 아이에게 책가방 하나조차도 못 사 주겠네!!’

근데 이건 약과였다.


일본 사립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연평균 교육비는

130만 엔(약 1500만 원)이라고도 했으니 이를

우리나라에 견주어보면 가히 사립대학 수준이니 말이다.


예전에 일본여행을 가는 이들, 특히나 여성과

주부들은 일제 코끼리표 밥통을 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처럼 ‘구질구질한’ 해외쇼핑을 하는 이는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밥통과 밥솥은 외려 세계 각국으로

활발한 수출까지 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브랜드로까지 올라섰으므로.


말이 난 김에 부언하는데 과거엔 또 일본여행을 하는

사람치고 일본산 담배 내지는 술을 안 사 오는 이들이 드물었다.

한데 이 또한 이제는 사라진 구시대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요즘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고종황제의 막내딸 <소설 덕혜옹주>를 읽고 있다.

여기서도 나오지만 일제는 간악한 흉계로써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그녀를 일본으로까지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지른다.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무서운 일본’의 그러한

간계에 의하여 그녀는 가장 외롭게 생을 마감했던 불운의 여인이었다.


아무튼 나도 지난 5년 전엔 계기가 되어 중국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 나는 중국의 물가가 저렴했던 덕분으로

별로 돈을 쓰지도 않고 돌아온 경험이 지금도 너울댄다.


‘무섭다’는 건 어떤 대상에 대하여 두려운 느낌이 있고

마음이 불안하다는 의미의 상대적 관념(觀念)이다.

결론적으로 살인 물가고가 여전히 출렁이는 일본은 그래서 무섭다는 것이다.


일본서 안 태어나길 천만다행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