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
이상은 혹자에 의하면 지금도 국민가요라고도
회자되었던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지난 일요일, 고향에 가 죽마고우들과 통음을 하고 천안역에서 호남선 열차에 올랐다.
그날 비는 오지 않았으되 열차를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금세라도 한바탕 쏟아질듯 꾸물꾸물하였다.
이윽고 오른 무궁화호 열차.
술이 부족하기에 카페 칸으로 이동하여 캔 맥주를 하나 사 마셨다.
안주는 천안역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구입한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면 금상첨화였다.
불과 40여분 뒤면 도착하게 되는 서대전역인지라 이런 경우엔 캔 맥주가 딱 제격이다.
예전엔 천안에서 대전의 집으로 가자면 고속 내지는 시외버스를 탔다.
그러나 이런 경우엔 반드시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건 중도에 뇨기(尿氣)를 느끼게 되면 그야말로 대략난감의 늪에 빠지는 때문이었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질주하고 있는 버스를
고속도로 상에서 세워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혹 마음씨 좋은 기사님을 만나 내려줬다손 쳐도 문제는 또 발생한다.
당면한 소변의 처리를 마친 뒤엔 과연 어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는 거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까지 콜택시를 불러?
아님 대리운전기사라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작년에도 만취하여 탑승하는 바람에 중간에 오줌보가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여하튼 이런 안 좋은 경험 때문으로라도
이제 나는 천안에 가면 돌아올 땐 반드시(!) 열차를 탄다.
대전은 예로부터 사통팔달의 교통도시인지라
경부선(대전역)이든 호남선(서대전역)이든 관계없다.
주지하듯 올해의 봄은 오는 듯 마는 듯 종적조차
묘연하더니 어느새 여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사라져버렸다.
이같은 곡절은 우리가 사는 환경이 갈수록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고로 코레일이 방송하는 광고 ‘기차를 타자’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수 노라조의 ‘슈퍼맨’이란 노래의 가사를 바꾼 것인데 잠시 살펴보자면 이렇다.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을 하지마세요.”
“아들아~ 환경을 생각해야지.”
“아버지~ 그래서 기차 탑니다.”
캔 맥주를 얼추 마시니 뇨기가 몰려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욘 전혀 없었다.
왜? 열차 안엔 화장실이 있으니까!
지구온난화 도래의 주범은 자동차들의 매연에서도 기인한 것임은 국민적 상식이다.
나의 환경친화적 열차사랑은 그래서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