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드컵 경기는 명실상부한 지구촌의 축제다.
각 나라마다 국기 (國技)가 있으되 월드컵 시즌
한 달만큼은 모두가 ‘축구’라는 또 다른 국기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한데 다 아는 바와 같이 월드컵 대회에 나가자면
그야말로 피 터지는 지역예선을 거쳐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니까 우리 축구가 지금 그리스를 꺾고
아르헨티나와의 회심의 2차전을 준비하고 있는 건
다 그만큼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뚜렷한 반증이다.
여하튼 브라질과 더불어 축구의 강국으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까지 이기고 18강에 너끈히 안착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오죽이나 더욱 미치고 ‘환장하랴’!
어제도 밤늦도록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그러다 시나브로 잠이 들었는데 하지만
다시 잠이 깬 건 오늘 아침 4시도 안 되어서였다.
비몽사몽이었음에도 다시금 TV에 눈을 박고 월드컵 경기를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남아공 현지 운동장에서 나는
“웅웅~”하는 마치 벌떼 혹은 모기떼들이 내는 소리와 같은 지독한 소음이었다.
이같이 너무도 시끄러워 때론 정신마저 없는
이 소음의 정체는 남아공 국민들이 응원을 할 적에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부부젤라’라는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부부젤라는 길이 60∼130cm 길이의 플라스틱 나팔이자
아프리카 전통 악기라고 하는데 기원이 분명치는 않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TV를 시청하는 우리네도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남아공 현지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고통은 오죽할까 싶었다.
우리도 야구장 등지에 가면 플라스틱 막대 따위로 응원전을 펼친다.
그렇지만 남아공의 부부젤라 소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부부젤라는 매미 100마리가 한꺼번에 내는
소리와 맞먹으며 또한 불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부는 사람마다 소리가 제각각인 것이
마치 엉터리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기에 듣는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다.
부부젤라의 소음 정도는 심지어 사람의 고막에
손상을 줄 수 있는 130데시벨(dB)까지 측정됐다고 하니 선수들이
“제발 저 놈의 부부젤라 좀 안 불게 해 달라!”는
하소연이 이해되는 건 당연지사가 아닐 수 없다.
하여간 오늘 아침에도 그같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데 뒤늦게 눈을 뜬 아내가 침대서 일어나 앉았다.
“우리나라랑 아르헨티나와는 언제 붙는 겨?”
“응, 낼 모레여.”
아내는 단박에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음 좋겠다!!”
“당연하지!”
귀까지 먹먹한 ‘부부젤라’는 분명 소음의 진원지다.
그러나 이를 월드컵 중계방송의 시청도 ‘부부’가 함께 보는 게 역시
세상에서 제일 나아(젤라)!’라는 긍정은 또 어떨까란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