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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꽁짜, 그리고


BY 일필휴지 2010-06-17

 

4년 여 가까이 독자적으로 사무실을 얻어 꾸려왔다.

선배님과 둘이 공동으로 얻은 것이었는데

하지만 생업이 잘 되지 않아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나 사무실의 관리비를 내야 하는

말일 즈음이 되면 돈 마련하는 일이 매달의 버거운 숙제였다.

고민 끝에 지난달에 사무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남게 된 선배님에겐 ‘몹쓸 짓’이었으나

더 이상 의리를 따졌다가는 그야말로 굶어죽기 딱 알맞았다.

선배님은 하는 수 없음을 잘 아는지라 흔쾌히 보내주셨다.


그처럼 공동사무실을 꾸려갔을 적엔 당연히

점심을 사 먹든가 아님 집에서 가지고 출근한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사무실의 정리 후 지난달에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으로 이동했다.


근데 여기선 사장님이 점심을 공짜로 제공해 주신다.

하여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근무하는 직장에서 점심을 주는 건 당연한 건데

왜 그리 강조하느냐고 묻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직장에서의 공짜 점심은 정규직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나처럼 비정규직의 세일즈맨에겐 가당치도 않은 화중지병인 까닭이다.


여하튼 참으로 모처럼 비정규직도 점심을 공짜로

먹을 수 있게끔 선처해주신 현재 직장의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래서 점심에 연관된 어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 늘 같이 점심을 드시는 사장님이 출장을 가셨다.


그 바람에 우리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그러나

우리가 그날 먹자고 한 점심 값은 1인분이 5,500 원이었다.

비록 말은 안 하지만 묵시적으로 우리가 준수하고 있는 건

1인당 점심 값은 반드시(!) 5천 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게 어떤 마지노선이었다.


결국 우린 5천 원 내지 그 이하인 음식으로

각자 시켜먹었는데 그 중엔 자장면도 들어있었다.


한데 왜 우리가 통상 부르는 ‘짜장면’ 대신에

여전히 익숙지 않은 ‘자장면’이라고 써야 하는 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 생각으로 자장면이라고 하면 왠지 인색하다는 반면

짜장면이라고 하면 곱빼기라는 등식의 넉넉함이 묻어난다고 본다.


이처럼의 보편적 정서는 전국의 휴대전화 매장에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붙여 놓은 공짜가 아닌 ‘꽁짜’에도 그대로 부합된다.


이같은 예는 일전 애청하는 ‘우리말 겨루기’에서

달인에 도전하는 이가 주꾸미를 ‘쭈꾸미’로 잘못 알아 탈락하는 일이 있었다.


고로 우리나라 국민은 어쩌면 이처럼

센 발음을 본디부터 좋아하는 민족은 아닐까도 싶다.

하여간 공짜 점심에 감사하는 마음은 여전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