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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새벽부터 흥분했던 건


BY 일필휴지 2010-06-23

 

오늘 새벽,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저 멀린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예 일을 냈다!

그건 바로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기긴 했지만

마침내 ‘16강 진출’이란 위업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같은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 어제는 밤 10시를 넘기자 의도적으로 잠을 청했다.

그리곤 오늘 새벽 1시가 약간 넘은 즈음에 눈을 떴다.


그러자 아내 역시도 토끼 눈을 뜨곤 TV 화면에 눈을 박았다.

“오늘 우리가 이기면 16강에 나가는 거지?”


“그럼~ 그러니까 이처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응원을 하는 거지!”

허정무 선장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란 배(船)는 오늘 새벽 3시 30분(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이정수와 박주영이 회심의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칼루 우체와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

골을 내주는 등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마침내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1승 1무 1패로 조 2위에 랭크된 우리는

1위인 아르헨티나(3승)에 이어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여 한국은 오는 26일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16강전에서 A조 1위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아무튼 이처럼 우리의 자랑스런 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금자탑을 쌓고 보니 여간 뿌듯하고 고마운 게 아니었다.


이같은 감흥은 아내가 더했다.

더욱이 아내가 오늘 새벽부터 더욱 흥분했던 건 그동안 당최 안 보이던

양쪽의 눈, 즉 시력이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급격히 좋아진 때문이다.


즉 그동안 아내는 축구에 있어서도 월드컵이 되었든 아님

올림픽이 되었든 간에 딱히 열광하는 모습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는 거다.


왜냐면 본인의 시력이 짜증이 날 정도로 그렇게

시야가 탁한 터이고 보니 제 아무리 재밌는 연속극일지라도

금세 식상하여 차라리 눈을 감고 잠이나 잤었다는 얘기다.


여하튼 잘 마친 수술로 말미암아 크게 선전한 우리 축구팀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이젠) 잘 보이니 참 좋네!”를 연발하는 아내가 새삼스레 고와보였다.


팔불출이라고 흉을 볼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달리 연애 당시와

신혼 초까지도 아내의 모습은 그야말로 수월폐화(羞月閉花)의 경지였다.


둥근 달도 부끄러워하고 아름다운 꽃조차도 오므린다는 뜻으로,

절세미인(絶世美人)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 바로 ‘수월폐화’인데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극찬이 아니었나 하는 면구스러움도 없진 않다.(^^;)


그렇긴 하더라도 모처럼 애청한 아내를 봐서라도 우리 축구가

오는 26일의 대 우루과이 전에서도 필승하여

대망의 8강까지 진출하였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