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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4월의 제천 여행기 - 1


BY 타비 2010-07-14


 
'제천 가는 길' 청량리로 갈까요?
 
어릴 적 '종로로 갈까요 청량리로 갈까요' 하는 노랫말을 흔히 들었다. 서울 살이 5년. 종로는 자주 다닌다. 청량리는 언제 와 봤는지 기억이 없다.
 
그 인연을 맺어준 게 제천 가는 길. 충북 제천으로 당일 기차 여행을 떠난다. 4월의 여행, 강릉가는 기차. 여러모로 방랑벽 있는 사람에겐 좋은 아이템이지.
 
서울 사람이 제천을 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차 있는 부르주아(내 귀에 부르주아다. 그래서 돈 없다는 자그니 님도 부르주아로 뵈인다)야 뭐 네비게이션 언니 말 따라 삼천리면 되고 (오늘따라 인용 엄청 한다) 버스 편이 있다는데, 자그니 님한테 조언 구해보니 조금 더 빠르긴 하지만 그래도 기차란다.
 
처음엔 서울역에서의 직통선을 찾았다. 아쉽게도 저녁 6시경 있는 열차 하나가 전부다. 그럼 어떻게 가야 하나. 청량리역에서는 자주 있단다. 아하. 그렇군. 부산역에선 찾기 어렵지만 해운대역에선 기장 가는 열차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렸다. 그렇게 청량리로 향했다.
 
그런데, 이젠 기차도 시간에 있어 버스에 뒤지지 않는다.


 
마침 4월, 어제부터 20분 가량 단축됐다. 2시간 30분 잡던 것을 이제 2시간 10분 남짓이면 오케이.
 

 미리 체크할 게 있다. 이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처음엔 주중에 포함될 줄 알았다. 그런데 금요일도 주말 비용을 받는다. 금요일부터는 주말 책정, 어른 9300원. 이래저래 왕복 2만원 돈 생각하면 된다.

 

 
달라진 열차시간표다. 참조.
 


나는 서울 부산 코스로만 움직이는 터라, 기차표가 이렇게 영수증처럼 나오는 건 또 처음 본다. 실제로 영수증으로 사용하라는 안내지시가 있다. 재밌는건 갈때나 올때나 표검사가 없었다는 점. 무임승차가 걱정되는 부분이다. ...맞다. 그게 아니라 요샌 다른데서도 잘 안 하지.
 
'삼포 가는 길' 이라는 소설이 있다. 매우 유명하다. '제 이름은 점례예요'가 명대사. ...난 아직 안 봤지만.
설마 나한테 그럴 인연 있으랴. 기차에서 인연 맺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극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나의 '제천 가는 길'은 막을 올린다.
 

 
서울에서의 강원도 가는 열차 이야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춘천가는기차, 유명우 선수가 밤에 홀로 올랐다는 기차... 서울인들에 있어 이것은 낭만의 철로이자, 때론 도피의 출구기도 하다. 지금껏 말로만 들었던 그 기차를 경험하고 있다.


 
나는 계속되는 철야로 지쳐 있었는데, 묘하게도 여기서 피로가 해갈되는 것이었다. 무궁화호 열차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정말로 예뻤다. 이게 강원도 가는 기차 여행인가 싶었다. 심심찮게 물이 나온다. 큰 호수도, 작은 냇가도. 아담해 보이는 도시나 부락이 보이면 정차하고, 출발하면 어느새 터널과 우거진 산림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다 탁 트인 평야가 하늘과 두 가지 세계를 연출해 보인다. 나는 카메라로 구름 사냥을 했다. 오후의 푸른 하늘은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것이었다.


 
경부선... 아니 KTX선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선 이제 보기 어려운 화물열차를 여기선 사람 타는 열차보다 많이 마주친다.


 
지나치다 보면 예쁜 마을역이 나온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이런 역의 역장으로 살아가는것도 괜찮지 싶었다.


 
약간의 연착. 5분가량 늦어진 시점에 제천에 닿는다.
깜박하면 지나친다. 특히 나처럼, 부산 서울간의 종착역서 종착역으로 다니던 여행에 익숙한 이들에겐. 실제로 내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맘 놓고 그냥 있다간 강릉까지 날아가 버린다. 기차표에 명시된 시간대를 체크하면서, 그렇게 내려야 할 역을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도 이 곳은 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인지 많은 이들이 오르내리니 조금만 주의하면 큰 문제는 없겠다.
 
제천역의 하늘은 역시나 푸르다. 자, 여기서부터 제천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