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 모레면 스승의 날입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학교에 찾아가서
학모들끼리 점심지어서 선생님 드려 본 기억뿐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정말로 이맘때면 너무도 간절하게 그리운
선생님이 계십니다.
제가 중학교 졸업하고 18살에 시골 농삿집 외동며느리로 시집을 갔습니다.
시집갈 때 신랑은 고등학교 다녔는데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가 아주
친한 친구이다 보니 그렇게 일찍 시집갔고 시아버님은 고등학교를
시켜주신다고 친정아버지께 약속을 하셨습니다. 시집가자 애도 생겼고
대학에 입학 한 남편은 무슨 도를 닦는다며 8년을 허송세월하고서야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공무원으로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는 4남매 낳고 시어른 내외분 모시고
살림 건사하랴 아이들 공부시키랴 남편박봉으로는 어림도 없는
시골살림살이 부지런히 농사일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아이들 4남매 명문대학교 졸업시키고 다 짝 지워 촌에서는 부러움을 받습니다.
제 나이 52살 되던 때 우연히 방송통신고를 알게 되어서 호기심에
가겠다고 하니 아이들 도 좋다고 하고 남편도 적극 권유했습니다.
큰 기대를 안고 입학하러 갔는데 입학식장에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의 무식함을 자랑하러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령대는 들쭉날쭉 이고
젊은 애들은 문제성이 확 들어나 보였고, 장애인도 여럿 있었습니다.
나이든 아저씨들은 교양 없이 희죽거리며 농담이나 하고 정말 후회했습니다.
그나마 나이든 아줌마가 몇 명 있었는데 나는 인사도 안 했습니다.
2주일에 한번 씩 학교에 오는데 그 다음 주일에 안 올 거니까
인사할 필요조차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는 시 소재지에 있고 주변의 여러 군에서 학생들이
왔습니다. 나는 입학식 내내 내 발등만 보고 누가 담임인지
교장선생님인지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선배들이
준비한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군 단위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오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왔더니 시장기도 들고 이왕 주는 거 먹고 가자하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먹고 나오려는데
담임선생님이 식판을 들고 여러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내 앞으로 왔습니다.
그때까지 담임선생님 얼굴도 모르고 있었는데 입가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바로 내 앞에 앉았습니다. 일어설 수도 없고 지켜보고 있는데 선생님은
식판에다 야채와 밥을 넣고 비비자 밥이 부쩍 많아보였는데 민망하셨던지
선생님은 수줍게 웃으시며 “ 전 비빔밥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정말 멋지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나이가 나와 비슷해 보였고
세련되고 말쑥한 모습이 마음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집에 오자 이상하게 학교 갈 날이 기다려지고
선생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학급 간부도 맡아 성의껏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나를 위해 하기보다 선생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열심히 한 결과 올 백 했습니다.
농촌에 있다 보니 떡 과일은 흔해서 학교 갈 때면
한 보따리씩 싸 가지고 가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 하던 아줌마들도 아깝잖게 돈을 내서
점심시간이면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맛있게 드시고 나는 정말 10대 여고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내게 많은 조언과 용기도 주셨습니다. 지독하게 가부장적이고
내성적인 남편에게서 칭찬한마디 못 듣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나는 정말 행복했고 선생님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선생님이 아시기나 한 듯 선생님은 다른 사람은
무슨 여사하고 불렀는데 내 이름 뒤에는 꼭 씨자를 부쳐서 불렀습니다.
가끔은 선생님이 커피숍에서 차도 한 잔 사 주시고 또 시내에 맛 집에서 낮선 음식도 사주셨습니다. 나는 연애라는 감정을 몰랐는데
정말 연애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번은 선생님 차를 타고 유원지에 구경을 갔는데 좋기도 하면서 덜컥 겁도 났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띄어 사모님이 오해하시면 어쩌나 나도 남편이 오해하고 학교 못 가게 하면 낭패고
나도 자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졸업 할 때까지 선생님은 그 학교에 계셨고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내게 대학에 가서 맘껏 공부하라고 권유하셨고 지금은 국립대학에서 선생님과 똑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4학년으로서
그동안 선생님을 만나지 못 했습니다 안 만났습니다.
늘 선생님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 앞에 나설 때 선생님을 감동시키고 싶습니다.
졸업장을 들고 선생님께 가겠습니다. 그동안 안부 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공부할 수 있게 용기 줘서 고맙고 사랑했다고 말 할 것입니다.
모레면 스승의 날인데 정말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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