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limited edition): 수량을 한정 지어 내놓는 출판물, 또는 상품
세상엔 가지고 싶은 수많은 물건이 있죠.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정판이라 불리는 존재들인데요, 소비자들에게 극소수만이 제품을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한정판들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브랜드+브랜드
<나이키 덩크 하이 Xbox Edition>
위의 신발은 $2,500, 한화로 310만원 정도 하는 나이키 농구화 입니다. 밤이 되면 형광색의 별이 배터리로 반짝이죠. Xbox와 나이키 사이엔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에 목마른 마니아들은 이 말도 안 되는 결합에 오히려 가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고 앞으로 나올 가능성도 아주 희박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를 인정하는 극소수에겐 한 순간 영혼을 팔아서라도 가지고 싶게 만드는 희소가치. 그 점이 바로 한정판의 묘미입니다.
‘당신이 절대로 가져 볼 수 없을 만한 것’
그 중의 하나가 서로 다른 브랜드들이 모여 한 가지의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계열의 상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모여 서로의 장점만을 취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브랜드가 상상도 못했던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매력적인 상품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겠지만, 여기에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제품에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 가치를 정하는 것은 그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의 몫이죠.
<라이카 M7 에르메스 한정판>
라이카와 에르메스는 서로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카메라의 명품 라이카와, 패션계의 명품 에르메스가 만나 각 색상별로 100대 한정으로 판매된 이 제품은 1300만원이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브랜드간 협업에 의한 한정판 마케팅은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의 두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거죠.
<현대 제네시스 프라다>
이번에 현대자동차는 세계적 명품브랜드 PRADA와 손잡고 ‘제네시스 프라다’를 내놓았습니다.
국내 업계 최초로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세계적인 명품 패션하우스와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단순한 신모델 출시를 넘어 패션과 문화까지도 자동차 산업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현대차만의 역량을 표현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간의 협업은 적지 않게 있어 왔지만 이번 경우는 한국 자동차 최초라는 점에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아수스와 뱅앤올룹슨의 NX90>
컴퓨터 제조 업체 아수스와 명품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이 만나 디자인한 노트북 NX90입니다.
이 제품은 기능 면에서도 디자인 면에서도 아주 훌륭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수스의 노트북 제조 기술, 사운드 기술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뱅앤올룹슨의 스피커가 더해져 꿈에서나 상상했던 노트북이 탄생했습니다.
2. 브랜드+아티스트
브랜드들은 좀 더 의미 있는 한정판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고 하는데요,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린 작품과도 같은 제품을 탄생 시키곤 합니다.
<돔 페리뇽 앤디 워홀 콜렉션>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팝의 교황', '팝의 디바'로 불리는 앤디워홀, 그는 죽은 뒤에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스튜디오 ‘팩토리’에서 찍어내던 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 같은 작품들은 많은 제품에 영향을 끼쳐 여러 분야에서 쓰이며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돈 자체를 예술로 생각했던 그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200 nulle Dollar Bills, 1962>
<이동기 작품 버블(Bubble)과 헤라 화이트닝 이팩터 프로그램 리미티드 에디션>
이런 콜라보레이션의 트랜드를 반영하듯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협업이 이루어져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바로 한국 팝 아트의 선구자 이동기와 아모레 퍼시픽의 브랜드 ‘헤라’와의 콜라보레이션 입니다.
<이동기 작가와 아토마우스>
이 콜라보레이션은 한정판 ‘헤라 화이트닝 이팩터 프로그램 리미티드 에디션’에 적용되었습니다.비단 패키지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쓰였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이어져 국내에서 상당히 이례적이고 신선한 마케팅의 전례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기존 아토마우스와 헤라를 잘 재해석한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변주로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동기 작가는 롯데백화점 등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이런 기회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아모레 퍼시픽의 ‘헤라 화이트닝 이팩터 프로그램 리미티드 에디션’을 위한 ‘아토마우스’ 애니메이션 입니다. 컬러풀한 아토마우스와 깔끔하한 이미지의 헤라가 만나 어떤 변주와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 감상해 보시죠.
http://www.youtube.com/watch?v=z-2ixnR7gps
<빅뱅 권지용과 Takashi Murakami x G-Shock >
어느 행사장에 빅뱅의 G-dragon이 차고 참석해 유명해진 G-Shock 과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가 협업하여 만든 시계입니다. 300개 한정 300만엔에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타카시 시각디자이너,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와 루이뷔통의 콜라보레이션도 유명합니다.
루이뷔통과 무라카미다카시의 협업에 의한 애니메이션 입니다. 원색 위주의 컬러풀한 루이뷔통 로고들의 표현 인상적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4C84FLwm3DA
3. 자체 한정판
이런 거창한 협업을 거치지 않고 브랜드 자체 내에서 내놓는 한정판도 있습니다.
<MV Agusta Brutale 150 Limited Edition>
이 바이크는 아태리의 MV Agusta에서 이태리 150주년 기념으로 150대 한정으로 제작된 바이크 입니다. 전통적인 색상에 이태리 국기 색을 가미했습니다. 이렇게 나라의 국기를 사용해 예술적인 작품이 나오는 것을 보니 부러운 생각도 듭니다.
피규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장난감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높은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어 후에 고가에 거래되는 한정판 피규어도 있습니다.
<100체 한정 이소룡 액션 피규어> <베어브릭 토이저러스 한정판>
보신 바와 같이 한정판의 유형에는 브랜드+브랜드, 브랜드+아티스트, 브랜드 자체 한정판의 유형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는 차이가 있어서 같은 한정판이라도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사느냐, 마느냐가 결정 되기도 합니다. 상품을 많이 팔아야 이윤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데, 극소수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즐겁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한정판이 있지만, 저에게 가장 소중한 한정판은 역시 하나뿐인 가족이네요.
여우 같고 토끼 같은 나만의 한정판.
여러분에게 최고의 한정판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