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힘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병마를 이길 수 있다는 담당의사의 말씀을 되새기며 매일 걷기 운동을 하던 중 10월 21일 월드컵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새우젓 축제와 더불어 걷기대회를 한다는 정보를 듣고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인파 중에 학교재학생들이 나눠준 학교 홍보 안내서를 보고, 어머나!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나처럼 공부에 한이 맺힌 주부들에게 꼭 맞는 곳이야. 왜 진작 몰랐지? 설렘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걷기 대회를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느 선생님인지 몰라도 아주 친절하게 입학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42년 전 중학교를 못가서 교복 입은 친구들만 만나면 몰래 숨어서 눈물짓다가 주경야독으로 고입 검정고시는 합격했지만 합격증명서도 떼놓지 않았고 이름도 두 번이나 바뀌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경북교육청에 전화를 했더니 초등학교 졸업증명서만 있으면 된다고 가까운 교육청 가서 도움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서부교육지원청가서 전후 입장을 말씀드렸더니 담당분께서 정말 친절히 도움을 주셨습니다. 초등학교랑 경북교육청에 팩스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개명된 이름으로 합격증명서를 받게 해주신 담당분에게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바로 학교를 물어 찾아갔습니다. 행정실가서 등록하고 나니 이제부터 16살 여고생이에요..하시는 교직원분 말씀이 얼마나 듣기 좋고 기분 좋던지!
3월 4일 기다리던 입학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밤잠도 설친 채 들뜬 마음으로 마포아트센터에 도착하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재학생들의 안내로 식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간단한 예행연습을 끝내고 본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자상하시고 유머 넘치시는 교장선생님 훈화, 콩나물시루에 물을 줄 때 손을 쫙펴서 줘야 고루고루 물이 가며 물은 밑으로 빠져도 콩나물은 자란다는 말씀을 본받아 나도 지와 덕을 고루고루 갖추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웃음꽃이다. 환하게 웃자웃자!! 라는 주훈처럼 이제껏 못다 웃은 웃음 마음껏 웃으며 건강도 되찾고 마음의 양식도 쌓아가렵니다. 무서운 병마가 찾아 온 것은 참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여기에서 열여섯 여고생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우리 반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