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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셨다하면 아무데나 자기 안방인줄 아는 남편 버릇 길들이기


BY 지혜씨 2013-08-05

저희 남편은 술만 마셨다하면 그대로 기절입니다. 

웃긴건.. 한겨울에는 절대로 기절 안하고 어떻해서든 집으로 알아서 기어 들어옵니다.

자기도 살려는 본능이 있다는 거지요.

 

한번은 시동생, 시누이 가족과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오랫만에 동생들과 술 마시니 기분이 좋겠지요.

가족들 있을 때는 멀쩡한 것 같더니 다 가고 나니 정신을 못차립니다.

 

저희 남편 키 180이 넘습니다. 저... 160 조금 넘구요. ㅜㅜ

그걸 떠매고 궁시렁거리면서 어떻게 집앞까지는 왔는데...

당시 저희집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었습니다.

데리고 올라가다가는 제가 죽을 것 같아서 1층 현관에 뒀습니다.

지갑이랑 핸드폰은 챙겨오고 추우면 기어올라오겠지 하고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1시간 후에 기어올라오더군요.

 

다음날 핸드폰이랑 지갑 없어졌다고 난리길래 돌려줬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조용하더니 어느날 같은 회사 후배한테서 전화가 오더군요. 새벽 1시에...

기절해서 택시 타고 같이 가는 중이라고. 

내려갔더니.. 가관입니다. 완전 시체더군요.

후배랑 간신히 집으로 데리고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엘리베이터 있어요. ^^)

 

후배 가고 나니 열이 부르르...

조심스럽게 휴대폰과 지갑을 꺼냈습니다.

오호~ 저 몰래 알바 뛰고 받은 알바비가 통째로 있습니다.

그 돈만 빼내면 의심받을까봐 천원짜리까지 남김없이 털었습니다.

그리고 지갑과 핸드폰은 그대로 가방에.

 

다음날 일어나서 여느때와 같게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던 저희 남편.

지갑을 꺼내보다가 흠칫.

제 눈치를 슬슬 보면서 묻습니다.

(전 일부러 무지하게 화난척 쳐다도 안보고 있었거든요.)

 

"혹시 내 지갑에서 돈 꺼내갔어?"

 

저 쳐다도 안보고 말했지요.

"무슨 돈? 뭔지 모르지만 안 꺼내갔어. 뭐야.. (버럭) 돈 잊어버렸어?

자알~ 하십니다. 이제 돈까지 질질 흘리고 다녀? 얼마나 잃어버린거야????"

 

흠칫 놀라신 남편님. 아니야.. 얼마 안 있었어. 술값 냈나봐.

 

그러더니 베란다로 나가 창문 닫고 후배한테 전화합니다.

후배가 알 리가 있나.

 

속이 어지간히 쓰렸는지 그 뒤로는 술 마셔도 정신은 차리고 들어옵니다.

다음에 또 기절하면 이번엔 아예 지갑하고 휴대폰을 통째로 접수하고

나중에 휴대폰만 우체국에서 받았다고 할려구요. --v

(제가 선물한 지갑을 버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러다가 언제

뻑치기 당할 지 몰라서... 저 아직 과부되기는 싫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