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땐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하지만 일단 결혼하고 나면 무조건 믿어라!
--서양 격언--
며칠 전, 신 달자 작가의 한 강연에서,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오래 전에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못한다'는 신 작가의 책을 보곤 책값이 아까워 혼났던 적이 있어서 별로 안 좋아하는 작가였는데,
글쎄,저 말도 그녀의 창작인지는 모르겠으나,기발한 말을 들려준 그녀의 강연을 듣곤 빠졌다.
30여 년만의 배신(?)이다.
두 말을 합치면 결혼에 관한 격언 중 최고의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연애를 하면서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상대를 살피다가 ,평생 사랑할만하다고 판단되면 결혼을 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무조건 믿으며 그를 사랑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결혼 생활은 필경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변은 어떤가?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결혼을 한다고도 하고,
연애할 땐 나 죽었소 하면서 자존심까지 내팽개치고 한 순간도 견딜 수 없다며 만나고 전화하고 편지를 쓰고...
그러나 정작 결혼을 하고 나면 어떤가?
아니 ,결혼을 결정하고나서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존심 경쟁이 이뤄지진 않는지?
적어도 난 그랬다.
'천리안'이란 통신 서비스를 통해 한 여자를 만나고 10개월 여를 채팅하고,전화하고, 만나고 ...
천안서 인천까지의 먼 길을 달려가 만나고 돌아오다가 또 보고 싶어서 다시 되돌아가 만나고...
그러다 결혼을 결정하고 나서부턴 피튀기는 전쟁이 벌어졌다.
하나서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어지다니...
이전까지의 잠깐 동안의 이별이 서러워 버스 터미널까지 따라와 떠나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시비를 걸어 온다.
청첩장까지 다 돌린 이후였지만,그래,그만 두자고까지 했었지만, 어찌어찌 결혼을 했고,
그 때부터 불행은 싹트기 시작해서 거의 매일을 싸우고 ,울고불고,가출하고...
그런 중에도 연년생 아이들이 태어나 줘, 녀석들을 위안삼아 살아보고 싶었지만,
이혼을 거론하던 중에 처제로부터 언제 헤어져도 헤어질 사이인데,조금 앞당겨졌을 뿐 아니냐는 말을 듣곤 좌절했었지.
어차피 여자가 필요해서 한 결혼이 아니라 아이를 둔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 한 결혼이었기에 ,
여자를 포기하고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만치 사랑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나의 모습을 집착이라고,편집증이라고 정신병 환자로 몰기 바빴으니...
두 번의 자살 시도도 무산으로 끝나고 비참하게 살아남아 가정파탄의 쓰라림을 맛보고 말았다.
결혼하기 전엔 오히려 무조건 믿고 사랑을 하다가 ,정작 결혼을 하면 미워하기 시작하는...
서양 격언의 정반대되는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어떻게든 차이점을 발견하여 그것을 다름이라 말하지 않고 틀림이라 말하며,지적하고 미워하며 싸워댄다.
그런 증오가 더께더께 쌓이고 쌓여 결국은 성격차이로 인한,
상대의 장점까지도 단점으로 보이게 하는 색안경의 포로가 되어 가정을 깨고 만다.
날로 늘어만 가는 이혼율을 높이는 당사자들의 경우가 이 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모습에 반하여 ,그 모습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하지만,
이내 본모습으로 돌아온 상대의 모습에 실망하고 절망하기 시작하면서 사기라고 외쳐댄다.
어찌 저만의 일일까?
자신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는 걸까?
연애할 땐 세계최고의 파트너로 보이던 사람이 ,정작 결혼을 하고 나니 '누가 잡은 고기에 미끼를 주랴?'식으로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로 돌아와 잡은 고기를 살금살금 잡아 먹으며 살고파하는데...
그거야 피차일반 아닌가 ?
그런데 난 이래도 되지만 넌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 바락바락 악을 써대고 싸워대다가
불쌍한 아이 하나나 둘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리고 이혼을 하고 만다.
제발...제발 결혼관을 바꿔보자.연애관을 바꿔보자.
연애는 미치는 일이 아니란 걸 깨닫고,실컷 간을 보고 ,가능성을 점치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이리저리 시험도 해보고 주변도 살피면서 ,과연 평생을 걸고 사랑해줄만한 그릇이 되는지를 살피자.
혼미해지는 정신을 자주 수습하면서 미치진 말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살피고,주변 어르신들의 조언을 통해 과연 내가 사랑해줄만한 가치가 있는지,
과연 나랑 맞춰 살아줄 인물이 되는지 꼼꼼히 살피자!
그리고 결혼을 하거든 스스로의 선택에,결정에 책임을 지고,상대를 쥐어뜯기보단
키워서 잡아먹잔 생각으로 열심히 사랑해주자.
미친듯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곤 이내 실망을 하며 결혼을 후회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사랑의 꽃밭이라고 생각하자.
물도 주고 거름도 줘가며 싹도 틔우고 꽃도 피우고,열매도 맺는 ...
주진 않고 빼먹기만 하면 싹조차 못틔우고 마는 사랑의 무덤이 될테니,부지런히 사랑하며 가꿔가자.
어차피 결혼해서 바로 성적 만족을 누리는 사람도 아주 극히 드물지 않은가 말이다.
둘이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다는 전제하에서 최소한 5년은 걸려야 제대로 성적 만족감도 얻어갈 수 있다.
외모에 반해서 ,성적매력에 이끌리어 결혼을 했지만,정작 부부관계를 가져보면 남녀의 생리적 차이로 만족을 얻기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의 생리적 특성을 공부하고 파악하고 ,그리고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구하게 되는 시점이 5년 안팎이다.
그러기까지 부지런히 배려하고 노력하며 사랑하는 데 올인하자.
점점 상대의 매력에 익숙해지면서 권태를 느껴가기 시작하는 대신,점차 원숙해져가는 상대의 매력에 포옥 빠지게 될 것이다.
거기에 2세까지 생겨주고 예쁘게 커주면 그것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더욱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은 해도 후회,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이 정도의 마음의 준비만 하고 대든다면
결혼을 해서 후회하는 사람의 비율이 안 해서 후회하는 사람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게 되지 않을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리면서 세상 살기가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바깥에서의 고통과 수모,시련을 흔적도 없이 녹여주는 용광로로서의 가정을 꾸려가며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 잘 아는 네가 왜 실패를 했고,왜 아직 한창 젊은 나이에 혼자 사느냐고 ,따지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
사랑은 일반통행이 아니다.
절대 혼자서 사랑을 꽃피울 수는 없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서로가 함께 할 때라야 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에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고,나름대로 최선의 길이라 생각되어 널리 전파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두 딸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난 두번 다시 그런 모험을 하기가 싫어졌다.
온통 물질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피곤한 일을 하는 대신,
그저 편안히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다가 가고 싶다.
그러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이미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을 하지 않고 상태를 지속하고는 있으나 즐거움보단 괴로움이 많은 역경쯤으로 버티고 있는 ,
언젠가는 이혼을 하고야 말 예비 이혼 부부인 경우라면 참고해주길 바라고 싶다.
결혼을 하면서 많은 친지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행복하게 살아내겠다고 약속을 하고나선 ,
그들을 배신하는 사기를 치곤 나처럼 쥐구멍이나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죄인으로 살지 마시라!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당당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