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를 마침내 깨닫고 보니 그것은 바로 즐기는 것이었다.
--리타 메이 브라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차를 몰고 새벽 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핸들을 꺾었어,건너편의 도로턱과 다리 난간을 치고 부웅 뜨더군!
그런데도 뼈 하나 안 다치고 발가벗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지.
세상에의 원망만 키우며 다시 확실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제초제를 마셔 줬어.
마시면서 싸면서 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죽었다,그런데 또 못 죽었다.
발가벗고 기저귀 차고 중환자실에 누워서 간호사들을 귀찮게 만들고 있었다.
1년여를 괴로워하다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지...
주변을 정리하고 주섬주섬 챙겨들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다 잃은 줄 알았는데,아직도 남은 게 아주 많았다.
내가 있고,얼마간의 돈도 있었고,미숙하나마 열심히만 살면 호구지책은 마련해 갈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그리고 마음껏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세상이 엄존하고 있었다.
분위기를 쇄신하려 가게도 옮기고,새로이 단장도 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밥을 사먹는 대신 직접 재료들을 사다가 조물락거려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텃밭을 일궈 직접 가꾼 채소 등을 뜯어다, 모양은 후줄근 할지라도 ,내용은 알찬 황제의 밥상을 차려 먹으며 건강을 챙기게 됐다.
일상이 무료하여 뭔가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친일파들의 후안무치한 행동들이 점차 노골적으로 언론을 타는 걸 보곤 ,
독립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별 준비도 없이 1인시위에 나섰다.
전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이 모든 것들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안 죽길,못 죽길 얼마나 잘했는지...
못 죽어서 비통해하며 수치심에 얼굴을 못 들고 다니던 데서 벗어나,두 번이나 부활(?)한 자긍심으로 무장했다.
그동안 주둥이로만 떠들어왔던 '樂而不淫'을 실천하기로 마음 먹고 삶자체를 철저히 즐기기로 마음 먹게 됐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도 뭣도 아니고 바로 나란 말이지...?!
그리고 일부러 죽으려고도 했던 놈이 어찌어찌 죽게 되는 것쯤을 두려워하겠는가?
불안도,두려움도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배짱이 두둑해진다.
주변에서 시정잡배들이 해코지를 하고,딴죽을 걸어대지만,얼마든지 와라며 당당하게 맞선다.
불의와 싸우는 것쯤이야...
투쟁하고 고발하고,당당하게 법정에 나서서 싸우는 것이 두렵지도,불편하지도 않다.
질시와 불편으로 나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장애물이 쉬지 않고 닥쳐오지만,즐겨주마!
워낙 맨손으로 온 몸뚱아리인데다,지금 하는 일도 맨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던가?
다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다.
시련이여,얼마든지 밀려오라!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너희들을 상대해주마!
순간순간이 꼭 즐겁지만은 않더라도 개의치 않고 즐겨주리라!
그것만이 유일한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걸 느꼈고,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서 싸운 레즈비언 작가인 리타 메이 브라운이 공감해주고 있다.
과연,이 진리를 깨달은 이가 그 한 사람뿐일까?
옳다고 믿고 따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나의 생을 살아가리라!
낙이불음(樂而不淫),
즐겨라,삶을...삶 자체를 철저히 즐겨라.하지만 빠자지 말아라,집착하지 말지어라!
다음 블로그 '미개인의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