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모든 사람을 작게 만드는 위대한 사람이 있다.하지만 정말 위대한 사람은 모든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
-- 길버트 K. 체스터튼--
혼자만 위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그래서 나아닌 다른 모든 사람을 왜소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는 겸손하면서 모든 사람을 존중해서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187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언론인 겸 작가인 그는 스스로를 '까불거리는 기자'라고 겸손하게 칭했지만,
그는 20세기 초반,영국 지성의 섬광이랄만치 대단하였다 한다.
뛰어난 논쟁가적 자질을 지닌 그였지만,유머와 기지,역설로 가득찬 그의 독설은 근원적 따스함으로 논쟁 상대들을 설복시켰다 한다.
당대 주류 견해를 가차없이 공박해대면서도 ,누구의 마음도 다치게 하지 않은 그는 알짜배기 자유주의자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고등학교 시절,인간 자체가 몸도 마음도 흐물흐물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늘 싱글벙글 대면서 이래도 흥,저래도 흥 하는 친구였지만,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녔다고나 할까?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없지만,학교 생활 전반에 뒤쳐지는 곳도 없었던 그 친구는 '체스터튼'다운 인간이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그였지만,능글대는 그만의 태도로 할 말은 해내면서도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았던 그 친구.
모든 면에서 열등한 존재이기만 했던 나에게 그는 '데미안'적 존재였다고나 할까?
몸은 저만치 떨어져 있으면서도 늘 살피곤 하던 그 친구에게 불쑥 다가가지도 못했던 나의 고교시절은 ...에효!
잔인하고도 끔찍했던 시절이었다.
인간적으로 ,환경적으로 결손투성이기만 했던 나의 그 시절은 잔인하리만치 끔찍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체스터튼의 저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지금은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친구를 그리워 해본다.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알짜배기로 자유주의를 만끽하며 잘 살고 있으리라!
총각 시절,소백산을 거쳐 단양의 팔경 중 하나를 구경하러 갔다가 부근의 한 암자에 들렀었다.
일반 주택에 현판만 내건 그런 곳이었는데,경내를 구경하다가 마주친 주지 스님에게 "성불하십시오!" 합장을 했더니,
누우런 금니가 그득한 입을 쩍 벌리시고 파안대소를 하시며 "내가 부처인데 또 성불하라고?"하시는 걸 보곤
함께 따라 웃으며 ,"구경이나 하고 가라."시며 돌아서신 뒷모습을 아련하게 쳐다 봤던 기억이...
그 당시의 감동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허공을 떠도는 티끌에도 불성이 깃들어 있다며 ,너 자신도 부처임을 깨달아라고 가르침을 주시기라도 한 듯...
이후로 더욱 불가철학에 심취(?)했던 듯하다.
중이 되고 싶단 생각을 아주 잠깐이지만 해 봤던 기억도 있다.
지금이야 아래 사투리로 하자면 개잡놈이 돼 있지만,그런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내가 나는 참 좋다.
꼴에 나하나만 잘났다고 나대며 촐싹거리고 까불거렸던 기억이 참 많다.
그런 내가 요즘은 미쳤는지,나는 드러내고 싶지 않고,누군가를 돋워주고 싶어진다.
위대해지고 싶은 걸까?푸힛~
때묻지 않은, 진솔하게 성실한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열일 제쳐두고라도 함께 하고 싶다.
나의 실패로만 점철된 경험담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털어 놓으며 나를 반면교사 삼으라고 청한다.
힘들거든 언제든 찾아오면 넋두리를 들어주마고 청하기까지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도전하며 살아가라고 권하기도 한다.
나의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그들에게 해주며 나처럼은 살지 않기를 기도하듯 바라보기도 한다.
사후약방문 전문 사이비 의사라고나 할까?
다 잃고 나서 원인을 알아채곤 다른 사람에게 일러주는 꼴이라니...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잃고 나서 왜 잃은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으며 방황만 해대는 사람도 있는데...
후회도 미련도 아니다.
단지 나 아닌 누군가에게 나의 실패담을 들려주며 참고해주길 바라는 마음일 뿐.
'나'를 버리니 내가 보인다고나 할까?
'나'에 집착할 땐 '나'를 볼 수도 없었거니와 ,나 아닌 다른 것들에까지 집착하게 됐다는 것을...
자아를 추구하려거든 자(自)는 물론이고 타(他)에의 집착마저도 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아서 문득문득 힘들거나 괴로울 때마다 놓아버릇을 해 본다.
집착은 괴로움을 만들어낸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 고역이란 고약한 감정이 뒤따른다.
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즐기듯 하면 힘도 안 들고 ,성과도 좋아지며,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선순환의 본보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멘토인 법정 스님도 줄곧 '무소유(無所有)'의 경지를 갈파하시다 가신 건지도...
아무 것도 갖지 마라.다 내것이 되리라!자유자재하게 되리라.
소유한 바가 많을 수록 너의 인생은 고통스러워지리니...불호령이라도 내리시는 듯,
추상같은 기개를 지니셨음에도 누구보다 따스한 미소로 중생들을 대하시다 가신 그 분.
꾸벅꾸벅 조는 나의 뒤통수를 죽비로 내리치시듯 충격을 주시는 느낌이다.
알고만 있으면 뭐하노?늘 염두에서 떠나 있는 것을...
정말 위대하셨던 그 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