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능성'이다.
--라 로슈푸코--
나는 참 약삭빠른 인간인 것 같다.
애당초 불가능한 것은 추구하지 않고 목표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착각을 하고 추구했다가도 무진 애를 써봐도 안 되면 내 것이 아니라고 포기를 하고
적어도 나에겐 불가능했던 것이라며 리스트에서 제외시키고 만다.
그래서 불가능 때문에 절망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리고 욕심이라곤 없는 인간적인 인간임을 내세우며 ,근성이라곤 없고 게으른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잘 살고 있으니...
50여 년의 삶을 돌아봤을 때 절망을 한 기억은 딱 두 번?
틈만 나면 도박을 일삼으며 집안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고,부부싸움을 해대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에도 절망하지 않았던 내가 ,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혼을 하고 , 우리를 떠났던 어머니가 ,우리가 시골 할아버지의 '하꼬방'의 쌀창고에서 지내며 눈치밥을 먹게 만들었을 때도 절망하지 않았던 내가,
처음 절망을 했던 것은 언젠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짓밟아버리고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했을 때였던 것 같다.
인정할 수가 없었고,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종일 대성통곡을 하면서 절망을 했더랬다.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고 버티며 용서를 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더랬다.
언젠간,언젠간 어머니를 만나 효도하며 살겠노란 ,당시로선 유일하달 수 있었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현실에 절망했었다.
하지만 극복하고 보니 그것은 절망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두 번째의 절망을 경험했으니...
나만은 나의 자식들에게 나같은 불행을 겪지 않게 하겠다며 심사숙고 끝에 한 결혼이 파경을 맞으면서다.
이성 친구나 이성 선배들에게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안다며 결혼하면 잘 살 거란 인정(?)을 받고 나서의 결정이었는데...
그래서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꿈' 전선에 이상없음을 확인하고 감행한 결혼이었는데,
그리고 그것을 이뤄내려 온몸을 불사르듯 혼신의 힘을 다했건만,애들 엄마로부터 지나치다는 정신병 환자로 진단을 받고 외면을 당하고 만다.
병원도 다니고,부부클리닉도 다니면서 의지를 보이며 애걸복걸을 했지만,구제불능이란 낙인을 받곤 결국...
새벽길에 차를 몰고 점프를 했지만 실패를 하고,,제초제를 먹고 확실한 종지부를 찍으려는 것마저 실패를 하고 말았을 때,
일생일대의 절망을 했었다.
겨우 3년 늦게 ,나의 부모보다 3년 더 버티곤 이혼을 하고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으니...
제아무리 會者定離를 되뇌며 어차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하려해도,
피를 나눈 아이들만은 그럴 수 없어서,결국 절망을 하곤 그만 끝내려고 했던 것인데 그마저도 뜻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이라니...
하지만 그것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면 쉽게 포기하고 말 수도 있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한 가능성이 있었던 것임에 오랫동안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덜 완벽하려고만 했더라면....조금만 덜 치열하게 살았더라면...
하지만 빈손이다시피 시작한 사업과 가정을 이끌어야만 했던 무능력자의 가슴은 늘 불안했고,두려웠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기에 치열하게 완벽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나로 인해 나의 가족들은 지나치다며 진저리를 쳐대다가 떠나가고 말았던 것인데...
'그래도...'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던 내게 던진 애들 엄마의 왜 뒈지지도 않았느냐며 ,"생쑈하고 자빠졌네!"란
회복불능의 화살을 맞곤 불가능을 깨닫고 포기하기까지,1년여의 절망의 시간은 정말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나긴 시간이었다.
그러고나니 쉽게 극복이 됐고,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분수껏 사는 걸로 만족하게까지 됐다.
절망스러운지?
잘 할 수 있었는데 잘해내지 못해서 후회가 되고 절망하게 됐는지?
다른 모든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일 수 있지만 나에게만은 불가능한 것이었다며 훌훌 털어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눈높이를 낮춰 잡고 슬슬~ 즐기듯 사는 게 절망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철이 든다는 것은 포기를 할 줄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 않던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때문에 절망하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에의 두려움 때문에 절망하진 말자.
불가능한 것을 붙들고 거짓 절망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
그런 허상을 붙들고 절망하느라 ,유일한 실상인 현실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절망하느라 현실을 즐기지 못하면,이내 어제가 되고 마는 오늘 때문에 내일은 더욱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어만 가게 되진 않을까?
악순환이다.
그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지난 일은 다 잊고,쓸데라곤 없는 미래에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현실을 즐기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라는, 부도수표나 부실어음에 목을 매고 손에 쥐어진 현금을 쓰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미친듯 현재를 즐겨보자.
일하고, 놀고,공부하고 ,운동하고,산에도 오르고 여행도 즐기면서 최고로 즐겨보자.
후회나 미련,두려움이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현재를 즐겨보자.
극복이 된다.그리고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행복이 내것이 돼 준다.
허리 아래쪽에 머물러만 있던 것이 허리 위쪽으로 올라가며 진정한 형이상학까지도 추구하게 된다.
나를 찾게 되고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게 되면서 ,살아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원망하기만 했던 대상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까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주책을 떨게 될지도 모른다.
이 무식한 미개인도 그러고 살고 있으니 당신도 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