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거둬들인 수확물로 하루하루를 판단하지 말고,당신이 심은 씨앗으로 하루하루를 판단하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영국.소설가.
어려서부터 폐병을 앓은 그는 야외와 바다,모험을 사랑했으며,독서를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스코틀랜드의 역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는데,그것이 그의 소설을 쓸 때 배경이 돼 주었다.
공학과 법률을 공부했고 변호사가 됐으나 이야기 쓰는 것을 더 좋아했다.
자기보다 열한 살이나 많은 유부녀 패니 오스본을 만나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그녀가 이혼하자 결혼을 한다.
1880 년 이후 7 년간 부부가 함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닌다.
이후 요양이 필요하여 뉴욕 주 사라나크 호의 요양소로 들어갔다가,건강을 위해 항해를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남태평양을 여행하다 남양 제도에 정착하기로 하고,사모아의 아피아 근처에 있는 숲에 큰 집을 지었다.
그곳에서 경작을 하며 섬의 정세에 관한 활동을 했으며,그의 이해와 친절,포용력 덕분에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그가 발작을 일으켜 별세하자 추장들이 그를 바에아 산 정상에 안장해줬고,묘비명엔 그의 시 '레퀴엠'이 새겨져있다.
'여기,그가 애타게 기다려온 곳에 잠들어있다.본국은 항해자,바다가 고향,그리고 사냥꾼,언덕이 고향'
저서로 '신 아라비안 나이트', '젊은이를 위하여',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등의 걸작을 남겼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영국버전이라고나 할까?
물신(物神)께서 온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격언이라 할 수 있겠는데...
나 역시도 진인사대천명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고 있음에도 가끔 현실적 어려움과 맞닥뜨릴 때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령 하루종일 개점휴업 상태로 시간만 죽이다가 ,밤 열 시가 되면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파지를 주워 모으면서,
아님 독립운동을 한답시고 가게를 온통 피켓과 현수막 등으로 도배를 하고,슈퍼갑들의 만행을 고발하면서,사회적 지도층들의 오만방자한 행각을 고발하고 비판하면서 ...
이러다 따돌림이나 당하고,돈벌이도 못하게 돼서 초라하게 만년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간의 은행 잔고가 있어야 마음이 든든한데,잔고가 자꾸 줄기만 해서 간당간당해지면 더욱 불안해진다.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선 그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 더욱 내핍생활을 하고 더욱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슬금슬금 잔고도 쌓이게 되고 ,
주로 월말에 하게 되는 거래처에 결제도 해주고 ,자동이체도 아무 탈없이 하게 되고 ...휴우~
또 힘을 얻어서 더욱 많은 씨앗을 뿌려야겠단 의욕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를 꼭 내가 거둬야 한다고 생각지 않고 ,나의 딸들이나 그 자식들이 거두게 됐으면 하고 바라는 정도로 살고 있기에,
아주 잠깐씩의 불안한 기간을 빼고는 거의 조급증에 시달리질 않는 편이다.
오늘도,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장사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느지막히 출장을 다녀오며 길가의 파지나 주워 싣고,
김장하고 내놓은 부산물들로 토끼양식이나 챙기고 왔는데,어랏?손님이 과일을 세 박스나 사들고 오셔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엊그제도 한 어르신이 자제분들과 함께 오셔서 오토바이를 하나 팔아주셨는데,다음 날 견과류와 선식을 싸들고 오셔서 주신다.
친구처럼 지내던 한 고객은 수확한 거라면서 배를 한 컨테이너 주시는데,포장을 하면 서너 박스는 될텐데...
이런 식으로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수확을 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잠깐 동안의 불안함을 느낀 걸 부끄러워하며 낯을 혼자 붉히곤 한다.
나에게 이렇게 씨앗을 뿌리듯 기적을 안겨주시는 분들도 당신들의 후손들이 열매를 거둘 것이라 생각하고 계시겠지?
엊그제 라디오에서 한 가수가 많이 베푸는 것을 칭찬하는 사람들에게 선하게 살면 반드시 후손들이 덕을 입게 되더라는 옛말을 인용하며 대꾸한 말처럼,
나도 점점 조금씩이나마 베풀면서 살고 있음에 ,
자식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진 못하고 있지만,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노라면 어떻게든 녀석들에게 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녀석들이 그런 덕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베풀면서 행복했으니 따지고 자시고 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 참 푸근해지지 않을까?
당신들이 지금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신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당신의 조상들이 선행을 베풀고 살았던 은덕인지도 모른다.
그걸 누리기만 하고 베풀지 않는다면 당신의 후손들은 황무지에서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며 기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데...
당장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라는 치의 현실을 보면 느껴지는 게 없는지?
그저 자신의 배를 채우기에만 급급해서 정경유착의 주동자가 돼가면서 세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어먹으면서 불법.편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결과,
평온하게 존엄사를 하고 이름을 남길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식물인간으로 남아서 ,
자식들이 300 배네 400 배네 하는 차익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고,아비가 몸져 누워있는 사이 가정을 파탄을 내는 자식도 있잖은가 말이다.
나누고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은 최부자인가 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 집안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지 않은가 ?
전자 족속은 솔직히 망하길 기원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걸로 알고 있지만,후자의 집안은 영원무궁하도록 계속 번창하길 기원하리라.
전자의 경우엔 아무리 큰 부자라 하더라도 삼 대를 넘기기가 어렵다는 옛말이 적용되길 ,솔직히 나도 원하고 있다.
1대엔 친일 매국노 집구석과 친인척 정도의 아리송한 관계였다가 2대에 와서 친일 매국노와 합궁을 하여 더러운 피를 본격적으로 수혈하더니,
비로소 제대로 된 친일 매국노 집안이 된 3대 째를 맞고 있는데,반드시 천벌을 받고야 말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대 째에 벌써 형제의 난이 벌어져 세인들로부터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는데,3대엔 더욱 큰 평지풍파가 닥치리라!
잘 되면 내 탓,잘못 되면 조상탓을 한다고들 흔히 말하는데,우리는 잘 되면 조상 탓,안 되면 내 탓을 해가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내가 뿌린 씨앗이 자라서 영근 열매를 수확하며 살기를 바라야 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손들도 그리 살도록 한다면 그 집안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 최씨 집안처럼 대대손손 행복할 수 있으리라.
나는 오늘 뿌려보기도 전에 많은 열매를 거뒀으니 평소보다 더 많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