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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다녀갔는데,이 찜찜함은 뭐지?


BY 미개인 2014-12-18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만나지 못하던 친구가 ,

채팅으로 결혼한 내용으로 신문에 실린 걸 보곤 수소문해서 연락을 해 와서 천안과 대전이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두어 번 뭉쳐서 계룡산 자락 등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줬는데...

10여 년을 연락이라곤 없다가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녀석을 발견하곤 친구를 맺었더랬는데,

전화 한 번 하곤 아무런 연락도 없더니,불쑥 천안 휴게소에 와 있는데 생각이 나더라며 전화를 하고 찾아왔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서로 흉금을 터놓고 지냈던,그리고 10년 이상을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다시 만나 잘 지내려다가 홀연히 사라졌고,

그러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친구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하고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손님과 동생이 마침 와서 볼 일을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회포를 풀려는데,왜 나를 탐색하러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지 원~

호구조사를 하는 듯한 뉘앙스도 강하게 풍기고...ㅠㅠ

세월이 어수선하다 보니 ,한동안 사라졌던 친구가 불쑥 찾아 온 것이 이상해만 보이는 것일까?

 

시골에서 유학을 왔던 녀석은 그야말로 촌놈이었는데,살인적인 근성을 발휘해 서울대를 가게 됐고,

나는 2류 대학이나 가느니 차라리 자수성가를 하겠다며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맨손으로 사회에 뛰어들게 되면서 소원해졌었는데,

내 동생이 녀석과 같은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며 ,뛰어난 미모와 실력을 자랑하던 내 동생이 화제에 오르자 혹시...하면서 알아봤나 보다.

내 동생이란 것이 밝혀지자 ,흑심이라도 품은 듯 오빠인 나의 환심을 사려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잠시 다가왔다가 사라졌고,

10여 년 ,또 10여 년 만의 만남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데 자꾸 겉돌기에 요즘은 뭘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얼버무리고 만다.

명함이나 하나 다오라며 나의 명함을 먼저 건넸지만 받기만 하고 자긴 명함도 없다며 안 준다.헐~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싶은 것일까?

고작 들은 것이라곤 아이들을 모두 유학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다는 정도인데...

그러면서도 두리번두리번 나의 가게를 둘러 보고 어슬렁 거리다가 앉아 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평일 낮에 ,고작 이런 정도의 어색한 만남을 위해서 이 시골까지 왔다고 생각하기는 뭔가 께름칙하기만 하다.

 

페이스북에서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인가? 나의 친일 매국노 척결 활동 소식을 전하자 ,

녀석의 입에선 대뜸 '그런 건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 아니냐?'고 했던 녀석이고 보면...

그리고 시사엔 전혀 관심도 없는 듯 말을 할 때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나로부터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싶어하는 태도를 보여 나를 아연실색케만 하고 

불쑥 간다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선 ,나중에 전화로 간다고 알려오는 이 작태는 뭐람?

청와대에 파견 됐던 최 경위가 자살을 하고,그의 동료인 한 경위가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심상찮은 시점에서,

정부 요직들의 아킬레스 건인 친일 매국노 문제를 들쑤시고 다니는 내가 미움을 사서 요시찰 인물이 된 걸까?

그래서 나를 잘 알고 있는 녀석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 나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녀간 것일까?

대기업 연구소에 있다가 어딘가 말 할 수 없는 곳으로 옮긴 친구 녀석이 불쑥 찾아와 이런 더러운 기분을 안기고 떠나간 건 뭐지?

 

말로는 내가 사는 모습이 당당하다며 보기 좋다고 하면서도 입에 발린 소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저 의도는 무엇일까?

한 때 카이스트에서 근무하던 나의 사촌도 어느 날인가 국정원에서 일을 한다는 풍문이 들리더니 ...

저 친구도 그런 비밀스러운 곳으로 발령을 받기라도 한 걸까?

겉으론 어눌해 보이기만 하는 촌놈 티가 줄줄 나는 놈이지만 어쩐지 냄새가 꾸리꾸리 하기만 하다.

두려울 건 하나도 없지만 혹시라도 몰라서 함께 있었던 동생의 의견을 불어 봐도 과민반응이란 식이다.

너무 심하달 만치 현 정권과 친일 매국노들을 비난을 해대면서도 전혀 태클이 들어오지 않는 걸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민감해진 걸까?

그렇다고 없는 소리를 한 적도 없고,잘 하는 걸 잘못 한다고 비난한 것도 아닌 탓에 당당하기만 했더랬는데,

한 때는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속엣 얘기를 나누던 친구에게서 이런 묘한 느낌을 받고 보니 기분 참 더럽다.

 

우리 나라 최고의 학부라는 서울대를 나와서 대기업의 연구소에 있다가,그리고  홀연히 사라졌다가 불쑥 나타나서 우물쭈물 하다 가버린 뒤의 이 찝찝함은 뭐지?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살고 있지만 ,어떻게든 이 찝찝한 기분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상담도 받아 보고 글도 남긴다.

공작정치,음모,흉계 등이 난무하던 70~80년대의 유신시대를 사는 듯한 이 찝찝한 기분은 나만의 것일까?

무슨 일이든 크게 한 번 쾅 터질듯한 ,태풍전야의 고요인 듯한 지금의 답답함이 참 싫다.

뭐라도 쾅 터져서 뭐라도 할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하다가...

 

마침 출장요구가 있어서 나간 길에 갑으로 착한 아저씨의 작업장에 파지를 서너 차 날라다 드리고 ,

요 며칠 간의 폭풍으로 흐트러진 아저씨의 작업장을 정리해 드리고 ,청소도 얼마간 해드리니 땀에 포옥 젖는다.

꿀꿀했던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오늘 밤엔 운동도 빡세게 하면서 땀 좀 원없이 더 흘려주고 시원한 냉수마찰로 마무리를 하며 기분전환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