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를 얻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잃는 것은 잠시이다.
--릴리--
존 릴리(1554~1606) 영국.작가
산문 문체를 처음으로 시도해 영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극작가로서도 영국 희극의 발전에 기여했다.
미사여구가 인위적이고 지나치게 화려한 문체로 소개된 '미사여구:기지의 해부'와 '미사여구와 영국'이란 작품으로 유명했졌다.
'미사여구'는 종교 ,사랑,서간체 등의 주제에 관한 보편적 논의가 군데군데 삽입된,격식을 차린 편지들로 된 낭만적 줄거리이다.
그의 주된 관심은 이야기나 심리적 전개가 아니라 교훈을 주는 것이었다.
르네상스 정신에 부합하는 이 소설은 영국 산문에 새로운 형식의 문체를 도입했다.
토머스 키드,크리스토퍼 말로,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등장하면서 그의 인기는 떨어졌으며,여왕으로부터의 재정지원도 기대했으니 얻어내지 못했다.
에드먼드 틸니의 뒤를 이어 왕실연회담당관이 되길 희망했으나 ,릴리가 먼저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다.(브리태니커)
평생 좋은 친구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한 훌륭한 작가가 한 것으로 안다.
그처럼 친구는 소중한 것인데,사람들은 친구를 자신의 이익추구의 도구나, 넋두리나 들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친구는 사랑하는 연인보다 더 많이 흉금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됐는데,고래부터 있어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난 결혼을 하면서 친구같은 부부가 되고 싶어했지만,친구는 커녕 원수가 되고 만 씁쓸한 경험을 갖고 있다.
친구에겐 연인이나 배우자에게처럼 큰 기대를 피차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나누면서 우정도 나누는 그런 좋은 관계가 힘든 건 누구나 갖는 '내 사람'이란 욕심때문이 아닐까?
여튼 지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친구같은 배우자상의 완성을 해보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전후한 연인들에게 가끔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나의 '친구같은 부부론'을 강변하곤 하는데,
아직 사랑에 눈이 멀어있는 때에는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공감을 해오지만,정작 결혼을 한 사람들은 고개부터 외로 꼬고 본다.
혼자가 되고,다양한 도전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친구후보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어려운 것이 그들과 사심없이 흉금을 털어놓고 지내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덥썩 속을 뒤집어 보였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을 당하고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려고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하고 친구 이상이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당해 황당해 하기도 했고,
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났는가 싶어서 남몰래 설레어 보기까지도 해 봤지만,결국은 그의 잔머리를 알게 되고나서 실망을 하게도 된다.
그리고 현대의 한국에선 물질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인간관계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반적 분위기가 온통 계산으로 얼룩져있다.
최근 배신의 아이콘으로 우뚝 솟아오른 정치꾼들을 사람도 아닌,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라며 모두가 비난을 해대지만,
그런 욕을 하고 있는 그들 역시 이율배반적인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비통한 심정은 가히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꼼수만 안 부리면,잔머리만 안 굴리면,계산만 안 하면 참 좋은 친구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은데,
그런 몹쓸 노림수를 버리고 우뚝 먼저 다가와주는 듯한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쿵~하면서 두근두근 설레게까지 되는데,
그리고 세태가 그러니 얼마간은 노림수를 인정하자고 하면서 만남을 지속해 보지만,
조금씩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역시나...하게 만들면 정나미가 잠시가 아니라 찰나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참 친구란 존재는 절실하기도 해서...조금만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매달리고 싶은 게 사실이다.
얼마간의 손해쯤 감수하고 싶은데,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 문득문득 보이면 찰나적으로 정나미가 떨어지려고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대인들은 진화를 한 게 분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힘든 고난의 길을 버리고 캡슐로,고치안으로 숨어들어서 자신만의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하니...
정상적인 가정 내에서도 저마다의 캡슐이나 고치를 갖고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걸 목격하게 된다.
고독은 그 씹는 방법에 따라 황홀하기까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그 맛을 알고 나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끔찍해지기까지 하는데...
혼자가 될 때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어찌 살 수 있을까 싶어서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시나브로 혼자 사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극히 사무적인 일 이외엔 사람을 만나는 게 끔찍해지기까지 했다.
사람을 만나는 대신 텃밭을 일구고 짐승들을 기르면서 ,사람들에게서 얻지 못했던 크나큰 기쁨을 얻게 되고,
사무적인 만남에서조차 점차 열정을 잃어가게 됐다.
뚜껑이 아예 봉인된 캡슐에 들어가서 살듯 살다가 ,슬금슬금 온라인으로 접촉을 하게 되고,
활동영역을 전국적으로 넓혀가다 보니 오프라인으로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사실 아직도 굉장히 조심스럽다.
정말 지나칠 정도로 믿고 집착하기까지 했던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마당이어서 ...
사람을 만나기 전에 헤어지는 경우까지를 미리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기게 됐다.
참 좋은 친구쯤을 한 명 얻게 된다면 ,정말 지극정성으로 충실할 수 있는데...
별달리 재주가 없는 나로선 그 '친구하나 얻기'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 보고 싶은데...
역시 삶은,운명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