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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의 거울


BY 미개인 2016-03-11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하지만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아이도 없다.

                --제임스 볼드윈--

 

제임스 아서 볼드윈(1924~1987)  미국.작가.

뉴욕 할렘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앨리슨과 함께 미국 흑인의 대표적 작가이다.

10대 시절에 목사가 된 그는 풍부한 언어 실력과 성경,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설교,찬송가와 블루스 음악의 어조를 이용하여 작품을 썼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은 그는 미국의 동성애자와 흑인에 대한 차별에 회의를 느끼고,유럽으로 떠나 프랑스에 머물렀다.

'그것을 산에서 말하다.', '조반니의 방'등의 작품에서 흑인과 동성애자의 고뇌와 체험을 기교적으로 그리고 있다.(위키백과)

 

그렇다,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단지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걸 따라할 뿐인 것이지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백날 붙들어두고 떠들어 대는 것보다 ,직접 나서서 솔선수범을 하는 것이 쉽고 효과적인 자녀교육 방법일 것이다.

그리곤 빨라 따라해 보라고 닥달하지 말고 좀 지켜봐줘야 할 것이다.

한 번으로 그치지 말고,보여주고 또 보여줘야 한다.엄마,아빠 소리를 하게 만들면서 우린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잖은가?

그리고 엄마,아빠 소리를 할 때 보여줬던 것처럼 ,내가 한 좋은 일을 따라하거든 기뻐하고 칭찬해줘야 한다.

처음부터 잘 따라할 수는 없을테니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보여주고 가르쳐주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길 바랐고,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줬고,나 스스로가 책을 즐겨 봤으며 공부를 했다.

처음엔 당연히 내가 책을 잘 봤지만,서너 살이 넘어가면서부턴 녀석들이 나보다 책을 잘 보고 잘 활용했다.

나하곤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더 책을 사랑하게 됐으며,이후론 거의 스스로들 알아서 자라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부모가 헤어졌지만 ,비뚤어지지 않고 각자의 길을 찾아서 잘 걸어가고 있다.

문득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녀석들은 나와 흡사한 10대,20대를 살고 있다.

나의 과거를 유리구슬로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나의 20대의 삶을 연년생인 두 녀석이 동시에 따라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50대의 삶이 ,앞으로 30여 년이 흘렀을 때 녀석들의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국 나 혼자 멋대로 살아도 아무도 뭐랄 사람이 없는 삶이지만,함부로 살 수가 없다.

내 딸들이 50대가 되면 이렇게 살아줬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내려 애쓰게 된다.

 

아이들은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다 보고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보지 못한 것들도 ,알지 못했던 것까지도 따라하게 만드는 힘을 DNA는 갖고 있는 것 아닐까?

10대 초중반에 부모들이 이혼을 해서 편부모 밑에서 자랐고,대학교에 가서 꿈을 키우라 했지만 자수성가를 하겠다며 고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첫 직장이 내가 다니던 나의 첫 직장이다.

그러다 나는 사내대학에서 주경야독을 했는데,녀석들도 그럴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거울이다.그림자처럼 따라하고 있다.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내 뒤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삶은 30여 년이 흐르고 나서의 두 딸들의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게으르고 싶어졌다가도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게 되고,가끔 나쁜 마음을 먹고 싶었다가도 이내 도리질을 쳐대며 떨쳐내고 만다.

 

내가 요즘 오로지 관심을 갖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나의 딸들도 나처럼 한동안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가족이나 이웃이나 아님 자식들을 사랑하느라 자신을 혹사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다 거의 지쳐 쓰러질 때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비로소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그게 오래 가도록 하려면 내가 더욱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오래,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아내리라.

가끔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평행이론 운운하며 서로 다른 연예인들의 닮은 삶을 두고 놀라곤 하지만,억지춘향 격이란 게 느껴졌더랬다.

그런데 우리 부녀지간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집에서나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 ,굳이 드러내고 말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을 뿐인데,

이 모자란 미개인만 무슨 대단한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호들갑을 떨어대는 것일 수도 있다.

윗새대 쪽으로,아니면 아랫세대 쪽으로 주의깊게 관찰해 보는 것은 필수라곤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권장사항 쯤은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이나 자식들과 나와의 모습을 관조하면서 공통점도 찾아가고,차이점도 찾아가다 보면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내가 부모님들을 흉보면서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든지,자식들이 왜 못난 나를 따라오는지 안타까워질지도 모른다.

권태기쯤에 빠져서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가 아래로 위로 평행이론이 적용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정신이 번쩍 차려질지도 모른다.

쏘옥 빠져버렸다고 생각했던 기력이 불끈 솟아나면서 이후의 삶을 활기차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의 부모님들이 나를 보시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아오신 것처럼,

우리는 자식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아간다면 크게 어긋난 삶을 살진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