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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책을 마주칠 때


BY 사교계여우 2019-07-14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가성비 좋은 책을 좋아한다. 배움과 깨달음이 많은 책.
그래서 자기계발서 혹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책 위주로 읽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좋아하는 책이 기준이 또 생겼다..!
이야기에 흠뻑 스며들어 책 속 주인공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책.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없던 내가, 조선시대 실학자 이야기에 이토록 빠질 수 있다니.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표현의 유려함이 더해져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이 책의 초반부 내용은 이덕무 선생님의 책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아서 보는 내내
미소지어지게 되고 책읅 읽고 있는 내 모습과 비추어 보게되면서 절로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많다.

그러나 서자출신 이덕무에게 놓인 현실은 가난으로 가혹할 뿐이었다. 굶는 나날도 다반수였고, 가난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어린딸까지 잃게 되는 슬픔의 고통을 겪는다. 그 과정 중에 애지중지하던 책 '맹자'를 팔아 양식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데, 차마 보내지 못하고 몇 번이나 쓰다듬으며 결국 양식과 바꾸어오게된다. 무거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벗 '유득공'의 집을 찾아간다.


맹자에게 맹자에게 밥을 얻어 먹었노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떠벌리긴 했어도 내가 얼마나 서글프고 부끄러운 심정으로
찾아왔는지, 유득공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선뜻 자신의 책까지 내다 팔아 나와 아픔을 같이 하고,
또 나의 부끄러움을 덜어 준 것이 아니겠는가.

그 역시 무척이나 책을 아끼는 사람이었으나,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먼저였을 것이다.
이러한 벗들과 책이 있었기에,
나의 가난한 젊은 날은 그리 서럽거나 외롭지만은 않았다.

내 자신에게 자문해보자.


나도 누군가에게 유득공과 같은 벗이 되어주고 있는가?
혹은 유득공과 같은 벗이 있는가?
어떤 벗을 좋은 벗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벗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며, 진정으로 함께 위로해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친구와의 관계를 의미없는 시간들로 흘러보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알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깊이 아느냐 일 것이다.

"모든 사물은 마음을 기울여 들여다보면 볼수록, 모든 사물은 제 모습은 더 세밀하게 보여주니까요." 사물뿐이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되리라.


어린왕자의 장미 한송이가 떠올랐다.
어린왕자는 장미밭을 보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러워하고 실망하게 되지만,
결국은 그 장미 한송이는 장미밭과 바꿀 수 없는 자신에게는 아주 특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물을 주고, 벌레를 막아주고, 바람을 막아준 장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그럴 것이,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과 마음을 다 한 만큼 소중해지는 것 같다.
더 깊은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스스로 나서서 시간과 마음을 쓰는데에 인색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익숙하다고 느껴왔던 것에 소홀해지지말고 더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기울여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