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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날씨를 잊게 해줄 글


BY 무명 2019-07-25

 무서운..이야기..더운 여름을 잠시라도 잊길..^^
: 선화는 만수를 안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멀리 무당집의 불빛이 가물거리며 그녀를 손짓하고 있었다.
: "저기 가면 살 수 있다. 저 무당이 저승가는 사람들을 살려낸다는 소문이 무성해."
: 시어머니가 앞장서 가며 말했다. 그녀는 제발 늦지 않았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 이틀 전 아침까지만 해도 만수는 아무 일이 없었다. 다섯살 박이 만수는 밥도 잘 먹고, 칭얼대지도 않았다. 그런데 낮에 선화가 옆집 상가에 가서 일을 본 후, 제상에 올릴 약과를 가져와서 만수에게 먹인 이후 인사불성이 되었다.
: 깜짝 놀란 선화는 시어머니와 함께 만수를 데리고 종합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틀 동안 산소 호흡기를 꽂고 있었지만 만수는 깨어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도리가 없다고 했다.
: 그런데 오늘 저녁, 시어머니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들은 무당 얘기를 했던 것이다. 선화는 지푸라기에라도 배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당장 그 길로 만수를 안고 달렸던 것이다.
: "상문살이 붙었군."
: 만수를 보자마자 무당이 말했다.
: "상문살이라뇨?"
: "사람 죽은 집에서 받은 살이야. 귀신이 먹을 것을 아이한테 먹였으니 이 지경이지."
: 선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선화가 미처 사연을 말하기도 전에 무당은 만수에게 약과를 먹인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
: "제발 살려 주세요."
: "걱정마. 내가 살려주마."
: 무당은 만수를 신당의 제단 아래 반듯이 눕힌 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선화와 시어머니는 그 곁에서 그저 두손을 비비며 울 따름이었다.
: "흰베 서말만 사와."
: 무당은 느닷없이 그렇게 말했다. 선화는 영문을 모른 채 시장으로 달려가서 흰베를 사가지고 왔다.
: 무당은 만수의 전신에 침을 놓고 있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와 진배없는 만수의 몸은 침이 들어갈 때 마다 금속성의 소리를 냈다.
: 무당은 흰베를 쳐놓고 상문살을 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만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무당이 다시 기도를 시작하자 만수의 몸이 누운채로 한치 가량 공중으로 푸드득 튀어 올랐다.
: 선화와 시어머니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 만수의 몸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자 무당은 날카로운 침으로 만수의 몸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선화는 자신의 전신이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 한참 후, 만수의 파랗게 질려 시체와 같던 얼굴에 이슬 처럼 투명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곧이어 만수의 입술에 핏기가 돌고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 한시간 후, 만수는 거짓말 처럼 깨어났다. 선화와 시어머니는 울면서 무당에게 감사했다.
: "하지만 앞으로도 조심해야해. 내가 써주는 부적을 이 아이의 몸에
: 지니도록 해. 그리고 귀신은 붉은 색을 싫어하니까 아이의 뺨에 붉은 연지를 매일 발라주고, 손톱도 붉게 물들여줘."
: "예?"
: "앞으로 백일간은 그렇게 해야 귀신이 완전히 떨어져. 지금은 잠시 귀신이 나간 상태이지만, 곧 다시 돌아올 거야."
: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봉숭아도 없는데 어떻게 손톱을 물들이죠?"
: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나? 붉은 매니큐어를 발라줘."
: "예."
: 초면인 선화에게 꼬박꼬박 반말을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당은 엄연한 만수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선화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무당의 당부를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 집으로 돌아온 선화는 당장 만수의 속옷에 부적 주머니를 만들어 달았다. 그리고 만수의 얼굴에 붉은 연지를 바르고 손톱에는 붉은 매니큐어를 발랐다.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오늘 처음 알았다. 무당이 붉은 옷을 입는 것도 다 그런 연유 같았다.
: "엄마, 무서워."
: 자정 무렵, 잠들었던 줄 알았던 만수가 소리쳤다.
: "만수야 왜 그래?"
: "저 아찌가 날 노려보고 있어."
: "누구? 만수야 누가 있다고 그러니?"
: 선화는 불을 켰다. 만수의 머리맡에 흰옷을 입은 남자가 피를 흘리며 서 있었다. 선화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 "만수야 나랑 같이 가자."
: 남자는 입술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 음성은 음산했다.
: "만수야, 손톱으로 유령을 긁어버려. 귀신은 붉은 색을 무서워한대."
: 선화는 만수의 손을 잡고 유령을 향해 대들었다. 하지만 유령은 끄떡 없다는 듯 피가 뚝뚝 뜻는 입술에 미소를 머금었다.
: "나는 색맹인 유령이다."
: 그 소리에 선화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만수는 그날 숨을 거두었다.
: 다음날, 옆집 상가를 찾아간 선화는 죽은 남자가 색맹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