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의 7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과다 채무자들이 가계부채 부실화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빚을 갚지 못하거나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의 가계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 1646만 명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경우는 전체의 8.5%인 140만 명으로 집계됐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DSR 70%는 연 소득의 70%를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DSR이 70%를 초과하는 차주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만 제외해도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평균 대출금리가 지난 3월 말(연 3.96%) 대비 3%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DSR이 70% 이상인 차주는 190만 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이들의 부채 규모는 기존 357조5000억 원에서 480조4000억 원으로 122조9000억 원 불어나게 된다.
DSR이 90%를 초과하는 차주도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기존 9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증가한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254조 원에서 336조 원으로 늘어난다. DSR이 90% 이상인 차주는 소득에서 소득세·건강보험료 등만 제외해도 원리금을 제대로 갚기 어렵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중에서 DSR이 90%를 초과하는 차주는 금리가 오를 경우 33만2000명(8.7%)에서 45만6000명(12%)으로 급증한다. 자영업자 중에서 DSR 90% 초과 차주의 비중도 10.2%(21만9000명)에서 13%(28만명)로 늘어난다.
이런 추산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2.25%)는 지난 3월(1.25%)보다 1%포인트 올랐다.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0.7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DSR이 70% 이상인 차주들은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이용해 무리해서 갭 투자한 203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세대와 상가·토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무리해 투자한 5060세대”라며 “이들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고 비은행을 이용하는 빈도가 커 금리 인상의 영향,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금리 감면, 만기 연장 등 사전채무조정을 해줘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